무협은 중국의 것? 이 영화가 모색한 또 다른 가능성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13
언제나 다른 시각이, 적어도 두 가지 시각이 있다. 물이 반쯤 담긴 컵을 보며 "물이 반 밖에 없네" 하는 이와 "반이나 있네" 하는 이가 동시에 존재하듯, 작품에 대하여도 서로 다른 태도가 공존할 수 있다. 특히나 만듦새가 조금 빠지는 영화에 대하여서 이러한 태도가 중요한 차이를 빚어내고는 한다.

말하자면 누구는 어느 작품의 단점을 지적하길 즐긴다. 또 누구는 장점을 드러내길 좋아한다. 단점을 지적하는 일은 비판으로부터 나아짐을 생각하게 하고, 장점을 드러내는 일은 작품에 마땅한 평가를 안기는 것으로 둘 모두 비평의 역할이라 하겠다. 그러나 작품이 볼만한 점은 적고 아쉬움이 클 때, 조잡하여 보는 이를 실망하게 할 때, 비평의 두 가지 태도는 극명한 효과의 차이를 내보이게 마련이다.

장점을 끌어내는 비평은 아쉬운 작품에도 긍정적 측면이 있음을 곱씹게 한다. 그로부터 섣부른 결론지음을 경계하게 한다. 반면 단점만 지적하자면 누가 보아도 아쉬운 작품이 어떠한 기능도 하지 못한 채 사라지게 할 뿐이다. 즉 작품의 완성도와 그를 대하는 자세는 서로 호응하며 변화해야 유익한 일이다.
 
▲ 영화 <태백권> 포스터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흥행 참패 코미디에서 발견한 매력

<태백권>은 2020년 개봉해 혹평만 받은 채 물러난 코미디 영화다. 고작 2000명을 조금 넘는 관객이 들었고, 영화 관련 매체에서조차 평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같은 외면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만큼 여러모로 만듦새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오지호와 신소율이란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의 출연에도 각본과 캐릭터의 설득력이 없어 그 연기력이 살아나지 못한다. 그 밖에도 수많은 패인이 있을 테지만 굳이 그를 구체적으로 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굳이 이 영화를 꺼내 곱씹는 건 그럼에도 이 영화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OTT 시대의 도래에도 소재고갈에 빠진 한국 콘텐츠 시장에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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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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