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피아노 #10 연주되는 피아노에 흠뻑 빠지려면, 무조건 루체른 피아노 페스티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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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인증된 계정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2024/01/04
@ ESC 숲사이
독일어를 그전에도 그 이후로도 그렇게 줄곧 들은 적은 없었다. 아직까지 센 기준으로도 필자가 유일하게 들은, 독일어로 진행된 강의다. 10년 전 루체른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있었던 경험이다. 정말이지, 논문으로 치면 abstract에 해당하는 강의 주제와 간략한 안내 정도가 영어로 되어 있는 걸 보고, 독일어를 모르는 게 뭐 대수냐고 들어갔다가(혹시 영어 통역이라도 안 할까 싶어서) 정말 강연은, 흔히 듣던 작곡가나 연주자 이름들만 비슷하게 들리는 거 외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스위스 아닌가, 4개 국어를 어렸을 적부터 배운다는. 아니, 그래도 명색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international"이란 딱지가 붙지는 않았지만) 페스티벌인데, 그렇게 불친절할까도 싶었고. 그야말로 독일어로 폭격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당시 강연 주제가 둘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앞에서는 "Etude as a Genre"라는 주제(원래는 "Etudes. Etudes? Etudes!"가 제목 자체다)로 스카를라티부터, 에튀드(연습곡)로야 흔히 잘 알려진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는 물론 리게티까지도 터치하는 순서였고, 뒤에는 코르토 이후 옛날 피아니스트들의 녹음을 복원한 걸 일부 비교해서 들려주고 설명을 해주는 식이었다. (강의를 못 알아들었다면서 내용을 어떻게 요약하냐고? 다시 잘 읽어 보시면 왜 그런지 아실 수 있다.) 흥미로운 건 그날 저녁 새로운 에튀드들이 무대에 오르는 연주회도 잡혀 있었던 구성이었다.

그러자 충동적으로 독일어가 공부하고 싶어졌다. 다음에 이 페스티벌에 오면 꼭 이 특강을 직접 맨 귀로 들어보겠다는 바람, 그리고 사실 루체른 내 뮤직샵에서 접한 (뭔지, 어쩐지 잘 몰라도) 독일어 문헌들도 읽고 싶어져서기도 해서. 하지만 어디 직장인의 삶이 그렇게 만만한가, 그 이후로 루체른 피아노 페스티벌에는 딱 한 번, 그것도 왕복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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