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생경한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감각에 관하여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17
국립 공원 투어 ⑤ 캐년랜즈 국립 공원의 그랜드 뷰 포인트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드디어 먹었고, 역시나 별 거 없었지만 맛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는데 솔뫼의 차 라이트가 깜박이고 있다. 라이트를 켜놓고 내렸을 리는 없고. 누가 차를 건드렸나? 솔트레이크시티도, 여기도 주차장마다 차 도둑을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문은 잠겨 있었고 라이트가 깜박이는 것 외에는 다를 것이 없었지만 조금 찜찜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국립 공원 투어 두 번째 목적지는 캐년랜즈 국립 공원. 모압 시내를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캐년랜즈로 가는 길이다. 좌회전을 하는데 바퀴에 이상이 있다는 표시가 떴다. 솔뫼는 가끔 균형이 안 맞을 때 표시등이 뜰 때가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아까 깜박이고 있던 라이트가 떠오르며 불안해졌다.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어도 솔뫼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공사장에 차를 세우고 바퀴를 살폈다. 돌아가며 바퀴를 두드려보고 발로 차보기도 했지만 흠이 나거나 바람이 빠진 것 같진 않았다. 공사장에 일하는 분들이 있으면 봐달라 부탁이라도 하겠는데 일요일이라 아무도 없었다.

나는 캐년랜즈도 캐년랜즈지만 솔트레이크시티까지 돌아가려면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좀 지체되더라도 모압 시내로 돌아가 정비소를 찾아보자고 했다. 솔뫼는 회의적이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정비소들이 문을 열었을지도 의문이고 아무리 봐도 바퀴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솔뫼가 안전에 더 철저하고 예민한 편이라 솔뫼가 괜찮다니 믿고 가는 걸로. 우리는 다시 한 번 바퀴를 두드려보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는 출발했다. 여전히 표시등은 켜져 있었고 우리의 신경은 온통 표시등에 쏠려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태연한 척 달리던 우리는 차들이 세워져 있는 곳을 발견하자마자 멈춰섰다. 마침 산악 자전거 크루들이 있어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바퀴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리더로 보이는 이가 흔쾌히 와서 봐 주었다. 그 역시 괜찮은 것 같다고 했지만 우리 오늘 솔트레이크시티까지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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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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