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포인트 레슨 05 : 서브 텍스트

이기원
이기원 인증된 계정 · 드라마작가, 소설가, 스토리 컨설턴트
2024/01/18
“어떻게 하면 대사를 잘 쓸 수 있나요?”

수 천 번 아니, 수 만 번 들어본 질문이고, 앞으로도 계속 들어야만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하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뒤돌아서 그것을 흉내를 내 보세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망치, 얌체, 촉새 등의 별명으로 짓고 쓰시고, 나중에 이름으로 바꾸세요. 그 인물 안에 들어가서 쓰세요.

심지어, 이런 대답을 하는 작가도 있다. 대사 빨은 타고 나는 겁니다.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나쁜 년!). 물론 대사력을 늘리는 것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매일 말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대사라는 형식에 담으려면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작품 속의 대사는 작가 혼자만의 말만이 아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사상과 철학, 가치관을 각기 다른 어투로 그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사는 실제 우리가 하는 말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고, 또한 간결해야 하면서도 분명한 감정을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사를 잘 쓰는 것은 왜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대사에는 글자 그대로의 뜻인 메인 텍스트 외에 숨겨진 의도와 감정 등을 총칭하는 서브 텍스트가 풍부하게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공식으로 표현하자면,   

  대사 = 메인 텍스트 + 서브 텍스트

초보 작가들은 메인 텍스트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쓸까에 대해 고민하지만, 노련한 작가들은 서브 텍스트에 더 큰 관심을 쏟는다. 서브 텍스트를 잘 쓰는 작가야 말로 정말 대사를 잘 쓰는 작가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즉, 요란한 수다를 잘 쓴다고 해서 대사를 잘 쓰는 것은 아닌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습관적으로 메인 텍스트로만 구성하는 시퀀스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브리핑 시퀀스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빔 프로젝터에 피피티 화면을 띄워놓고, 신제품도 설명하고,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심지어 범인 얼굴을 띄워놓고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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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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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작법 연구. <하얀 거탑>, <제중원> 집필. 드라마를 베이스로 ‘세상의 모든 작법’ 을 쉽고 분명하게 알려 드립니다.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 ‘원포인트레슨’, ‘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등등이 연재됩니다 이메일 keewon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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