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짓는 사람의 습작 연대기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11
소개에도 밝혔지만, 나는 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올해 첫 책  『해녀들: seasters』를 냈다. 그동안 여섯 편의 장편과 네 편의 단편, 한 편의 산문을 썼다. 

장편으로 습작을 시작했고 장편을 주로 써서 장편만 간략히 꼽아보자면, 첫 장편은 『이별도, 맛있다♡』로 이별을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이었다. 사랑이라 하면 보통 두근두근 설레거나 짜릿하고 달콤한 것을 떠올리지만 기실 사랑으로 생겨나는 고통, 불안, 슬픔이 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들을 경험하게도 한다. 이를테면 이별이라든지 이별이라든지 이별이라든지. 사랑하여 갖게 되는 고통, 불안, 슬픔의 감정들, 이별의 경험들에 관해 가볍고 유쾌하게 써보고 싶었다. ‘전격 눈물콧물 로맨쓰!’라는 설명을 달았다.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 리그에 연재 형식으로 올렸는데 웹에 올려서 웹소설이라 하지, 딱히 웹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글을 써서 올릴 만한 데가 거기밖에 없었다) 웹소설을 잘 알지도 못했다. 열심히 써서 올리면 누군가는 읽어주지 않을까? 무모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초심자스러운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하였고(그런데 지금도 그러고 있군요, 하하)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작품을 마쳤다. 인물도 설정도 줄거리도 서툴기 짝이 없지만(완고 후 다시 읽지 않은/못한 유일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습작을 하겠다 마음먹고 처음으로 완성한 작품, 단편도 아니고 원고지 2,600매 분량의 장편소설을 오롯이 내 힘으로 써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한 작품이다. 

아니, 근데 무슨 소설을 2,600매나 썼지? 이 글을 쓰느라 분량을 확인하고는 진심으로 놀랐다. 안 믿겨서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뭐 대단한 이야기라고 2,600매씩이나. 게다가 소설은 처음 쓰면서. 물론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처음 쓰는 소설이라도 2,600매를 쓸 수 있지만, 써도 되지만, 이건 운동 초짜가 3대500 치겠다고 설친 거나 다름없어서. 아이고, 몰라서 용감했고 무지하여 가능했다. 어지간히 용쓰고 낑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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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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