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쓰다가 과거를 돌아보게 된 글 (1): 졸업전, 그리고 인터액티브 아트

박희인
박희인 · Ludology
2024/04/11
뉴욕시 브루클린, 프렛 대학교(Pratt Institute of Art and Technology) 본 캠퍼스 옆에 기숙사로 쓰이는 아파트 한 채가 있고, 그 너머로 새롭게 지어진 캠퍼스 건물이 있었다. 이곳의 4층과 5층에는 디지털 예술 학부의 사무실과 수업실이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수업을 들었다.

재학 중이던 시기인 2013년부터 2017년에는 프랫대학교에서 디지털 예술 학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Digital Art ‘and Animation’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학부의 요체는 원래부터 애니메이션에 있었으니 오히려 성격에 맞게 명명되었다. 최근에 설립되었기에 디자인 및 건축 계열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다. 학생 중에서도 대부분이 2D, 3D 애니메이션을 전공으로 가졌고, 소수만이 인터액티브 아트(Interactive Art) 전공이었다.

인터액티브 아트는 작품과 감상자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전개되는 예술작품이다. 원론적으로 따지면 감상 자체도 작품과의 ‘상호작용’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인터액티브 아트는 보이기만 하는 상황을 거부한다. 감상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게 시킨 뒤 그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한다. 작품을 통해 감상자는 행위의 결과를 체험하고, 책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인터액티브 아트가 디지털 아트 영역에 포섭되는 이유는, 행위자와 작품을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한 관계로 매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참여자가 카메라 센서 앞에 서면, 카메라로 포착된 이미지를 프로그램이 해석하여 “참여자가 앞에 서있다”라는 데이터로 가공한다. 이 데이터를 작가의 의도에 맞춰 프로그래밍한 알고리즘에 입력하여 출력값을 도출한다. 전구를 작동하라는 출력이 있으면, 프로그램이라는 디지털 요인과 아날로그 요인인 전구를 연결하는 프로토타입 컴퓨터를 통해 ‘전구를 켠다.’ 이렇게, 인터액티브 아트는 카메라 앞에 서는 행위와 전구를 키는 반응을 디지털 예술로 매개한다.

순전히 아날로그적인 요소만으로도 멋진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상상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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