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이야기] "형님이 되는 것뿐이야"

성소영
성소영 · 에디터
2024/04/15
Unsplash
출산 후 몸의 이곳저곳이 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흰머리다. 하필 숨기기 어려운 정수리 가운데에만 흰머리가 오밀조밀 돋아난다. 그냥 두자니 거슬리고 염색을 하기에는 새치의 양이 너무 적다. 뽑으면 탈모가 생긴다고 단골 헤어숍 디자이너가 겁을 줬지만, 한번 눈엣가시가 된 흰머리는 뽑아야지만 속이 풀린다. 그날도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손톱만하게 자란 새치를 쏙쏙 뽑는 중이었다. 쪽집게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몇 분을 보내다보니 등 뒤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에서 놀던 아이가 어느새 화장실 문앞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는 서른 일곱 살이지? 그럼 내년에 서른 여덟 살이겠네? 그때가 되면 흰머리가 더 많이 나?”

“음, 아마 그렇겠지…” 

“괜찮아! 그냥 형님이 되는 것 뿐이야.” 

생각지 못한 한 마디에 고개를 돌리고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와 멋진 말이다. 형님이 되는 게 뭔데?” 아이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청 좋은 거지! 내가 다섯 살이었다가 지금 여섯 살이 되었거든? 그러니까 유치원에 동생도 생기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아졌어.” 

그 말을 듣자마자 실없이 웃음이 터졌다. 지난해 유치원에 처음 입학한 아이가 그동안 형님이 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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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체에서 글쓰고 인터뷰하는 프리랜서 에디터. <우리 같이 볼래요?(공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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