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나드, 죽은 나의 개의 추억] 사랑과 공

안치용 인증된 계정 · 작가, 영화평론가, ESG 담당 교수
2024/04/02
영화ㆍ드라마의 대사나 유행가 가사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표현이 아마도 “사랑했지만~”일 게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대를 떠난다는 그런 설정이다. 현실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이 관점에서 사랑은 기이하게도 사랑 가운데서 끝난다. 
   
반면 시간을 거슬러 사랑의 시작 시점으로 올라가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무엇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예외적인 사랑에 관한 설명이 아니다. 불구하는 ‘무엇’의 목록은 세상만큼이나 많다. 사실 모든 사랑은 ‘~불구하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물질세계와 마찬가지로 인간세계에서 두 사람 사이의 인력이 개체들의 척력을 제압하는 아주 특별한 순간에 사랑이 발발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대체로 척력이 인력에 승리한다. 앞서 “사랑했지만”은 희미해지는 인력의 장(場) 속에서 단호하게 복원되는 척력의 알리바이로 헛되이 발설된다.
공을 문 스콜
   
대학시절 또래 남학생이 사랑에 정통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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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소장으로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청년협동조합지속가능바람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ㆍ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다. 약 40권의 저역서가 있다.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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