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협상

이상 · 등단 출간 작가입니다.
2024/03/25
지난 글에서 익주 유장의 부하 장송을 맞이한 조조와 유비의 상반된 모습을 말씀 드렸습니다.
 
거만한 태도와 위협으로 일관하며 장송을 무시하고, 기분이 나쁘다며 때리기까지 했던 조조는,
눈 앞에 굴러 들어온 서촉이라는 땅을 잃었습니다.
 
유비는 조운과 관우를 차례로 보내 escort 하고, 자신도 제갈량과 방통을 대동하고 그를 맞이합니다.
대부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며 연일 잔치를 베풀고 융숭한 대접을 했지요.
 
자신을 치켜세워주고 마음을 다해 대접을 해주는 사람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부분 좋아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론,
‘나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지? 언제 봤다고 말이야.
뭘 바라는 게 있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는데.’
라는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유비가 장송을 잘해준 것은 본성 때문도 있지만, 천하삼분지계를 이루기 위한 제갈량의 계략이 있었다는 것은,
전편의 글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형주는 조조의 침공을 언제라도 받을 수 있고,
(실제 유표가 형주를 다스릴 때도 조인이, 하후돈이, 그리고 조조가 직접 쳐들어 오기도 했지요.)
손권은 형주를 반환하라고 계속 아우성이라 다소 불안한 곳이지요.
 
그래서, 마음은 서촉을 차지해서 그 곳을 기반으로 대업을 이루고 싶지만,
그 곳은 황실의 피를 나눈 유장의 땅이라, 덕장으로 유명한 유황숙 유비가 동생 뻘 되는 유장을 내쫓고 그 땅을 차지하기엔
‘명분’이 없었지요.
 
유비가 장송과 후에 법정 등에게 극진한 대접을 했던 것은,
차지하려는 땅의 내부 조력자를 얻기 위함도 있지만, 그 명분을 얻기 위한 목적도 컸습니다.
 
하지만, 유비는 장송에게 몇날 며칠 잔치만 베풀어주고 좋은 이야기만 나누지,
어떻게 하면 유장을 내쫓고 서촉을 차지할지, 명분은 무엇인지 전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조에게 푸대접을 당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상태로 유비를 만나 계속된 대접을 받던 장송이,
몸이 달아오르게 되지요.
 
저도 국제 협상에 참여해보면 보통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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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마르코 폴로처럼 전 세계를 탐험하는 역사학자를 꿈꾸었습니다. 지금은 일을 하며 여러 나라에 가보고 살았습니다. 해외 여행, 해외 생활, 맛집 여행, 사진, 스포츠, 음악, 영화, 서평까지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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