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라는 제도를 미국사람에게 설명하기

김원장
김원장 인증된 계정 · 경제라고 쓰고보니 결국 사람이야기..
2024/03/19

"만약 5천만 원짜리 승용차를 구입해 3천만 원을 받고 누군가에게 빌려준 뒤, 4년후 다시 3천만 원을 돌려주고 내 차를 돌려받는다면?"  

그런데 주택은 가능하다. 이러니 미쿡사람에게 전세제도를 설명하면 도통 이해를 못한다. "정말 한국에서는 다운페이만 내고 월세를 안낸다고?" 

1. 
따져보면 참 특이한 제도다.  일단 인생 최대 몫돈을 건네는데 알고보면 '사금융'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자산이 더 넉넉한 사람에게 더 부족한 사람이 대출을 해준다. 그런데  (돈을 빌려가는) 집주인에 대한 신용정보가 거의 없다. 

특히 다세대나 다가구의 경우 주택의 시세조차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공인중개사가 "이게 집값이 한 3억 원은 되거든요!" 그럼 믿어야 한다. 그렇게 실제 2억원 정도밖에 안되는 집에 2억 5천만 원의 보증금을 맡기고 입주한다.  빌라왕 사기는 이 깜깜이 구조에서 시작된다. 

사금융은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정보비대칭은 늘 사고를 부른다. 집값이 전세값보다 낮아지면 전입신고니 확정일자니 모두 무용지물이다. 설령 공인중개사의 설명처럼 진짜 3억 원짜리 주택이라고 해도 경매에 넘어가면? 낙찰가율이 70%라고 가정하면 집값은 2억 1천만 원이 된다. 이렇게 전세금을 떼인다.  부지기수다. 

2. 
그래서 전세보증보험이 있긴 한데.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같은 공공기관이나 민간보험사(SGI서울 보증보험)에 보험료를  내고, 대신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못돌려 받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이것도 따져보면 쫌 이상하다. 왜 돈을 빌려주는 세입자가  보험료를 부담하는가? 당신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각종 수수료를 부담하는가? 돈을 빌려가는 당신이 부담하는가?) 

지난해 전세값이 급락하자 전국적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쩔쩔 맸다.  HUG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금액이 2022년 9천억원을 돌파하더니 결국 지난해 HUG는 4조9141억원의 단기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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