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외국어를 잊고 싶은 사람과 일 때문에 까먹지 않으려는 사람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06/11
아파트 경비원1는 우리말 대화 도중에 유창한 일본어 표현이 섞여서 내가 당황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일본 지역어(방언)에 관심을 보이자 경비원1은 호오겐이라는 표현을 혼잣말 하는 것을 들었다. 호오겐은 방언의 일본말이다. 우리말 지방地方은 일본어로 지호오라고 말한다. 국어 언어는 일본말로 겐고다. 방언 대역어는 호오겐이 된다. 경비원1은 원어민(native speaker) 수준이었다. 20대에 일본을 건너가 60대에 한국에 돌아와 일본에서 30여 년을 살았다. 한국어보다 일본어를 말하는 것이 더 편할 정도였다. 경비원 하면서 주민들에게 무심코 일본어를 말하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쓰레기또까(~라든가) 음식물또까(~라든가)... 아파트 주민이 아파트관리소에 이상한 경비원이 있다고 민원이라도 내면 민원 유발자로 찍히고 시말서 쓰고 재계약이 안 될 수 있다. 격일 근무 210만 원 일자리다. 잠은 10시 반부터 다음날 6시까지 휴식시간으로 보장을 받고 있지만 11시 넘어서 잠이 들고 새벽 3시 반은 일어나서 교대준비를 해야 한다. 다섯 시간도 제대로 못 잔다. 젊은이 주민들이 많은 동은 밤 11시 넘어서 귀가하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1층 현관 입구 숙소에 지면을 타고 울려온다. 주민이 술에 취해서 15층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쓰러져 잠이 들어 있으면 귀가하던 주민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차가 출동하여 경비원을 찾는 때는 잠은 다 잔다. 경비원이 일자리 중 하고 싶지 않은 직종에 들어가는 이유다. 자존심 상하는 사람 푸대접이 전부가 아니다. 자연스런 한국어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경찰이 부담스러워 술 취한 주민을 깨워 데려다주기에는 여성일때는 더 곤란하다. 부축해주기도 말썽날까봐 겁난다.  일본어가 능숙한 것이 경비원 일하기에는 걸림돌이라 일부러라도 잊고 싶어한다. 쉬는 날 부족한 잠을 채우고 눈을 뜨면 일본방송 NHK를 봄 직도 하지만 일본어를 잊으려고 애를 쓴다. 

지인2는 일본어 회화 선생이다. 일본 도쿄에서 전공 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원을 3년 다녔다. 분게이슌쥬(문예춘추) 사옥에서 내가 발행인을 만나 저작권 계약 상담 40분을 하는 동안 지인2에게 통역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한국어가 모국어다. 일본어 감을 유지하기 위하여 날마다 NHK를 본다. 일본어 배우겠다는 사람이 줄어들어 번역을 하고 있다. 꾸준히 나갈 문학작품을 골라 옮긴다. 일본어를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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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전 구대륙 인류의 신대륙 확산 이후 단절된 언어 비교로 석기 시대의 언어를 발굴한다. 특히 남미 안데스 산중 티티카카 호반의 언어와 아시아 언어를 비교한다. 각 언어 전문가 논저와 DB를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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