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을 만난 아침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4/20
 
드디어 만발한 애니시다.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다. ©️박현안


  그제 태풍급 바람이 부는 날, 이리저리 속절없이 나부끼는 애니시다를 바라보며 불안불안했다. 만발이 코앞인데 이리 거센 바람이 불다니. 작년 태풍 때처럼 가지라도 하나 부러지면 어쩐담. 그날 저녁 6시 무렵 거짓말처럼 바람이 딱 멈춰버리기 전까지 마음이 내내 콩닥거렸다. 잘 버텨줬으면... 다행히 애니시다는 폭풍같은 바람을 잘 이겨냈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너무나 온화한 봄날을 맞아 활짝 피어났다. 길 가는 사람들마다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름이 뭐예요, 물어오는 사람들.

  카페 문을 활짝 열고 오늘은 얼마나 피었나 싶어 애니시다 곁으로 다가갔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샛노란 애니시다 주위로 배경 음악처럼 윙윙 소리가 요란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열 마리는 넘어 보이는 꿀벌들이 바쁘게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고 있다. 다리에 동글동글 말아쥔 꽃가루 빛깔이 샛노랗다 못해 주홍빛이다. 이리저리 꽃과 꽃 사이를 누비며 꿀을 빨아먹는 벌을 한참 보고 있자니 마음이 하늘에 동동 뜬다. 자세히 보니 눈은 매섭고 솜털이 난 몸통은 앙증맞고, 이리저리 정신 없이 날아다니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똥꼬발랄 어린이 같다. 우리집에도 두 명 있는데 말이지. 

  벌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작년 유채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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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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