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 죽은 멸치는 때깔도 좋다
2023/08/27
봄에는 도다리가 맛있고 가을에는 전어가 맛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1)는 가을 전어 맛도 봄이 되면 비린내가 심하다. 생선도 과일처럼 제철 음식인 셈이다. 어제는 영화제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나서 삼삼오오 모여서 어쩌면 내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횟집(수족관에 있는 활어들은 모두 24일 이전에 잡힌 것이라는 주인의 말을 믿고)에서 전어회와 전어구이를 안주 삼아 찬 소주를 마셨다. 가을에는 전어가 맛있다는데 지금의 계절이 늦여름인지 초가을인지 애매모호한 시기라 맛도 애매모호했다.
여름에 맛있는 생선은 민어'가 으뜸이다. 맛을 보면, 왜 옛사람들이 민어라는 이름에 백성 民을 부여했는지 알 수 있다. 민어를 회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활어 회. 둘째, 선어 회. 셋째, 이케지메 민어 회 ! 활어회는 말 그대로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는 민어를 그 자리에서 회를 뜬 것이고, 선어 회는 하루 정도 숙성시킨 회'다. 그리고 이케지메 방식은 배에서 민어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민어를 고통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신경을 끊어 즉사시킨 후 핏물을 뺀 방식이다. 신선도 측면에서 보자면 이케지메 민어 회가 가장 낮다. 이케지메 민어 회는 보통 죽은 지 5,6일은 지난 생선 회'다.
하지만 맛은 이케지메 민어 회'가 으뜸이며 값도 제일 비싸다. 왜 그럴까 ? 이케지메 방식은 어부에게 잡힌 민어의 두려움을 최소화한다. 잡히자마자 뱃머리에서 바로 죽임을 당하니 두려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반면, 수족관 속 민어는 비록 살아 있으나 곧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서 속이 문드러진다. 배 속에서 활어 차로, 활어 차에서 횟집 수족관 속으로, 수족관에서 사람 뱃속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민어는 속이 썩는다기보다는 마음이 썩어간다. 이 차이가 맛을 결정한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 수족관 안에서 느끼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유예된 죽음이...
@악담 단단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를 첫 글에다 썼어요.
https://alook.so/posts/XBt3bxX
@단단 저도요. 그나저나 단단이라는 이름 좋은데요... 단단.. 단단... 단단...
저도 놀다 죽고 싶네유
@나철여 제가 해산물 맛은 잘 모르는데 민어 맛있던데요. 껍질인가요. 고거 별미긴 별미더라고요.
@승아의 책장 아, 그렇습니까 ? 국민 생선 멸치가 안 잡힌다고요 ? 참, 이젠 진짜 식단이 확 바뀌겠네요. 뭐, 어차피 이제는 수산물 먹기도 힘들 것 같고..
논외의 얘기일 수도 있지만 죽방멸치 하니까 새삼 최근에 본 뉴스가 생각납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바뀌면서 멸치가 거의 안 잡힌다고 했어요. 이제 멸치도 역사 속 먹거리로 사라지는 듯해서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재밌네요...
"여름에 맛있는 생선은 민어'가 으뜸이다. 맛을 보면, 왜 옛사람들이 민어라는 이름에 백성 民을 부여했는지 알 수 있다"는 몸값 비싼민어...
다음에 도전해 볼랍니다~~~^&^
@나철여 제가 해산물 맛은 잘 모르는데 민어 맛있던데요. 껍질인가요. 고거 별미긴 별미더라고요.
@승아의 책장 아, 그렇습니까 ? 국민 생선 멸치가 안 잡힌다고요 ? 참, 이젠 진짜 식단이 확 바뀌겠네요. 뭐, 어차피 이제는 수산물 먹기도 힘들 것 같고..
@단단 저도요. 그나저나 단단이라는 이름 좋은데요... 단단.. 단단... 단단...
재밌네요...
"여름에 맛있는 생선은 민어'가 으뜸이다. 맛을 보면, 왜 옛사람들이 민어라는 이름에 백성 民을 부여했는지 알 수 있다"는 몸값 비싼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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