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
2024/01/22

안녕하세요. 오은 시인님. 반갑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바쁘게 하고 계시네요. 대단하세요. 건강을 잘 챙기시면서 일하시는 거겠죠? 요새는 거절을 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책읽아웃을 오랫동안 진행하시면서 가장 기억나는 일이나 후회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책읽아웃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게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더불어 2024년 출간 예정된 책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오은 시인님! 늘 응원합니다. ♥️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2

2. 고정 스케줄과 일회성 스케줄 그리고 일정 기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성 스케줄의 비율은 대략 어느 정도 되나요? 그것들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질문을 주셔서 저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웃음)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1:1:1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스케줄마다 진행 기간과 방식이 다르니, 제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3년 전부터 웬만하면 고정 스케줄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품이 많이 들어서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격주로 도서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하고 있고 일간지에 월 1회 칼럼 연재를, 웹진에 월 1회 시 연재를, 월간지에 격월로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어요. 문예지 청탁 원고와 책의 추천사 집필 등을 고려하면 생활의 일정 부분을 읽고 쓰는 데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정 스케줄은 일종의 중심축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새로운 제안을 받았을 때, 고정 스케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거든요.

일회성 스케줄의 대부분은 학교나 기업, 도서관 등의 기관에서 진행되는 강연이에요. 출판사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진행하는 북토크도 여기에 해당되겠네요. 보통은 고정 스케줄을 고려해서 결정하지만, 이때는 ‘마음이 동하느냐’가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수는 적지만 취지가 좋다거나,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는 일정이지만 제안 메일에서 곡진한 마음이 느껴진다거나, 빡빡한 스케줄이라 수행하는 데 부담이 있지만 이 사람과는 꼭 한번 북토크를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사심’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요.

프로젝트성 스케줄은 최근 몇 년 동안 의도치 않게 많이 소화하게 되었어요. 경기도 시 축제 예술감독을 하기도 하고 3D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와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정(旅程/旅情)’과 관련한 김포공항에서의 작업, 독일과 일본에서의 낭독회 및 워크숍도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일회성 스케줄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끝나고 나면 성취한 것이 눈에 보여서 바지런히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 앞에서 겁보다 호기심이 더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편입니다.

그것들을 관리하는 노하우라⋯⋯ 계획과 정리에 형편없는 제게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웃음) 다만 저는 주기적으로 스케줄을 확인해요. 여러 캘린더 앱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캘린더와 책상 위 탁상 달력을 사용하고 있어요. 캘린더를 들여다본다고 스케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동선이 그려지거든요. ‘아, 이날은 여의도에서 팟캐스트 녹음을 마치고 광화문으로 가면 되겠다. 행사 시간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그때 못다 한 메일 답신을 해야겠다.’처럼 틈틈이 자기암시를 하는 거죠. 고정 스케줄 사이사이에 일회성 스케줄과 프로젝트성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이기도 해요.

스케줄과 스케줄 사이에 나는 ‘짬’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 칼럼을 쓰기도, 시의 초안을 잡을 수도 있어요. 운이 좋다면 몸담은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잡히기도 하고요. 생각이 막힐 때면 일단 걷습니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걸어요.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실마리를 따라 쫓아가는 느낌으로 걷습니다. 이때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해결됩니다.

@alookso콘텐츠

alookso콘텐츠 인증된 계정 ·
2024/01/27

<본인등판 3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오은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kkomwall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은 시인님은 여러 인터뷰나 매체를 통해 질문을 ‘받는’ 사람이기도 하고, 팟캐스트나 모더레이터 등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저는 공과 사 모두 대체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최근에 뜻하지 않게 몇몇 질문을 받으면서 대답이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대답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귀히 여기게 되었고요. 시인님은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나 글에 관한 질문, 개인적인 질문, 타인의 문답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시인님이 생각하는 좋은 질문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보태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좋은)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면요?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bboo 좋은 시에 대한 질문은 번번이 어렵습니다. 실은, 시가 무엇인지도 점점 모르겠어요. 어떤 길을 내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 길이 어디로 뻗어나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렇겠지요. 그 알 수 없음 덕분에 어칠비칠하면서도 여전히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듯도 합니다.
좋은 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다르게 본' 시가 아닐까 해요. 더 나아가서는 '다르게 본' 것을 '다르게 쓴' 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두 번의 다름이 있으니 처음 읽을 때는 낯설겠지만, 그렇기에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일 수 있을 거예요. 그렇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시가 제게는 좋은 시입니다.
쉬운 시만 읽어도 되지요. 하지만 반복해서 읽으면 처음에 받았던 그 느낌이 점점 옅어질 거예요. 어쩌면 이는 쉬움이 가지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곰곰 생각하게 만드는 시, 읽는 이가 적극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시가 필요해질 거예요.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시간을 들여 시를 대하시면 좋겠어요. 이제 우리는 학교에서 시에 대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잖아요. 고맙습니다.

k
·
2024/01/26

한동안 책읽아웃 덕질에 진심이었다가 ^^ 지금은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매일 회사일로 바쁜 직장인입니다 ㅎㅎ
오은 시인님의 읽는 속도가 궁금해요. 저는 늘 너무 느리게 읽어서 (보고서는 빠르게 읽음 ㅎㅎ) 소설도 시도 과학책도 심지어 잡지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쓰거든요. 꼭꼭 씹어먹는 사람처럼요.
글을 쓰는 분들의 읽는 속도는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서 가벼운! 질문도 하나 있으면 좋을것 같아서! 글 남깁니다 ♡

b
·
2024/01/25

좋은 시는 어떤 시일까요? 지나치게 추상적인 시를 읽을 때는 이해가 안가서 읽기가 괴로워질 때가 있어요. 쉬운 시만 읽어도 될까요?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5

@칭징저 칭징저 님, 말씀 고맙습니다. 실은 몇 년 전부터 그런 식의 공격(?)에서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의견을 전하는 일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기도 했지요. 아마도 제가 시 쓰기만 하지 않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시인이기 이전에 시민입니다.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는 작은 목소리지만 보태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미디어 노출이 느는 만큼 제 작품에 대한 관심도 올라갈 테지만,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힘을 보태라는 압박을 받기도 해요. 본업이라는 표현을 쓰셨지만, 저는 시인이라는 직업을 정체성에 가깝게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직업이 되기에는 경제적 안정과 한참 먼 일이죠. 제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학교/기업/기관에 상관없이 강연을 다니고 이따금 방송 출연을 하는 것 중심에는 '경제적 보상'이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삶이 안정되어야 글쓰기에 더 큰 힘을 쏟을 수도 있고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만큼 단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저는 칭징저 님처럼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의 호의에 힘입어 또 한 발 내딛습니다. 그것이 폄하와 압박을 견뎌내는 더없이 든든한 힘입니다. 고맙습니다.

z
·
2024/01/25

안녕하세요 시인님. Sns 책 계정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책을 소개하시는 기준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h
·
2024/01/24

오은 시인님의 팬입니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저 재미있어 읽고,
가슴이 시원해서 쓰고,
사고가 명료해지는 과정을 즐깁니다.

가끔 에세이를 쓰고, 
시를 끄적이는 데요.
왠지 에세이는 방백같고, 
시는 독백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혹시 시인님은 독자를 염두해두고 시를 쓰시는지 
아니면 물 넘치듯 흘러넘치는 감정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답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앞으로 제가 꾸준히 무언가를 쓸 때 
시인님의 현답이 든든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건강만 하세요,시인님.^^

e
·
2024/01/24

불현듯님 안녕하세요. 책읽아웃에서도 옹기종기에서도 특히 인터뷰를 즐겨 듣습니다. 오랫동안 팟캐스트를 진행하셔서 한두명을 꼽긴 어려우실 것 같지만 작년 기준 가장 인상깊었던 게스트가 궁금합니다. 말수가 적은 게스트가 출연하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4

@popo '수렴'과 '발산'에 대해 생각합니다. 수렴은 여럿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한데 모으는 일이고, 발산은 드러내고 퍼져 나가게 하는 일입니다. 산문이나 칼럼을 쓸 때는 수렴을, 시를 쓸 때는 발산을 생각합니다.
언뜻 닮은 것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고유한 시선을 거쳐 정렬될 때, 그것을 줄글로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반대로 길을 가다 마주한 어떤 장면, 아무리 밀어내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 단어가 주는 생경함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뾰족한 지점에서 시는 출발합니다. 한데 모으면서, 퍼져 나가게 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지기도, 모호해지기도 합니다. 분명함은 분명함대로, 모호함은 모호함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분명함은 내가 지금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내가 중시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일러줍니다. 모호함은 여전히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잡힐 듯 말 듯 텍스트에 '겹'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서로 주목하는 바와 느끼는 바가 다르듯, 모호함은 열린 개념입니다. 그것이 저를 다시 쓰게 만듭니다. 완벽한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저는 씁니다.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4

@muruybi 책읽아웃 청취자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오랫동안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말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말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대화'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행위를 가리키잖아요.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것은 대화가 아닌 셈이죠. 책읽아웃을 진행하며 가장 크게 바뀐 지점도 제가 '듣는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출간된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제목도 『듣는 사람』인데요, 책을 읽는 일도 이야기를 청하는 일도 다 기본적으로 듣는 일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답니다.
듣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흘려들을 수도, 가려들을 수도 있습니다. 번갈아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귀담아듣는 사람 또한 존재하지요. 좋은 대화는 귀담아듣는 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귀담아들을 때 말의 표면을 비집고 들어가서 의중을 헤아리는 일,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깊이 새겨듣는 일이 가능해지지요. 책읽아웃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후회되는 순간도 바로 듣기에서 비롯합니다. 온몸으로 듣는 순간, 저는 현장에서 그 말을 체득하는 느낌을 받아요. 리듬을 놓치고 흘려듣는 순간, 저는 맥락을 놓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말하기처럼, 듣기 또한 아무리 연습해도 완벽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대화의 시작에 '듣기'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잘 듣는 일은 살피는 일입니다.
올해 4월 말쯤 '시의적절' 시리즈 중 한 권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1월에 김민정 시인이 『읽을, 거리』로 근사하게 첫발을 뗀 시리즈입니다. 제가 기념일이 많은 5월을 맡았답니다. 마음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K
K
·
2024/01/22

안녕하세요, 시인님. 이전에 청소년 시집도 내셨었고, 지방의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쳐주는 게 꿈이라고 하셨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글보다는 영상에 익숙하고, 느린 것보다는 빠른 것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시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2

3. ‘이따금 쓰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시를 쓰고 시집을 만드는 작업 루틴이 궁금합니다. 

눈앞에 닥친 마감이야말로 ‘이따금 쓰는’ 일에 전면적으로 돌입하게 만들겠지요? (웃음) 그러나 백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지만, 시는 혼자 쓰는 것이잖아요. 이전 질문에 제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된 캘린더를 이용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마찬가지로 기본으로 제공되는 메모장도 십분 활용합니다. 매일매일 뭔가를 적어요. 읽고 있는 책의 구절부터 문득 낯설게 다가온 단어, 인상 깊게 본 신문 기사 등 메모장에는 다양한 것들이 담겨 있어요.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쓰고 싶어집니다. 말하고 싶어집니다. 세상에 이런 것이 있다고, 별세계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고! 

얼마 전, 포항에 있는 학교 두 군데에 강연하러 갔어요. 강연 사이에 시간이 좀 떠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인근에 있는 시장에 갔어요. 시장에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거기에 모인 이들이 주고받는 말이 있고 그들이 사고파는 물건이 있으니까요. 시장 안에는 손수레에 비누를 한가득 쌓아두고 파는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종이 상자를 오려 만든 다섯 장의 팻말이 걸려 있었어요. 일, 제, 때, 비, 누, 이 다섯 글자였지요. 비누를 살 목적으로 시장에 방문한 사람이 아닌 이상, 손수레를 심상하게 지나쳤을 거예요. 근데 이상하게 저는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머릿속에 앞다투어 질문들이 우거지기 시작했거든요. 일제때비누? ‘일제 때’의 비누일까? 일제의 ‘때 비누’일까? 아니야, 일을 ‘제때’ 하는 비누일지도 몰라⋯⋯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장에 일, 제, 때, 비, 누 다섯 글자를 적어두었지요. 얼마 후 그 다섯 글자를 바탕으로 「제일때비누」라는 시를 썼습니다. 그사이, 머릿속에서 ‘일제때비누’가 ‘제일때비누’로 변신한 거지요. 이처럼 익숙한 광경에서 낯선 것이 튀어나오는 순간, 시의 발화(發火/發話)가 시작됩니다. 

시집은 이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시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제는 묶을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찾아와요.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무엇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어떤 감정에 선선히 발목 잡혔는지 선명해지는 순간인 셈이에요. 물론 썼던 원고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부족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거든요. 그러나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달라진 나 자신을 마주하는 기회이기도 해요. 달라진 것들 사이에서 여전한 것을 확인할 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하고요.

@alookso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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