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9

@노이noi 안녕하세요. 시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해서가 아닐까 해요. 그야말로 장악하려고 하는 거죠. 초중고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는 시어의 숨겨진 의미나 특정 행이 갖는 시적 맥락을 파악했잖아요. 저 또한 여전히 그 패턴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만, 행간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채우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시 읽고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되잖아요? 시를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할 듯싶어요. 마음에 드는 단어 찾기, 생각해볼 구절에 밑줄 긋기 등의 행동이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불쑥 쓰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고맙습니다.

노이noi ·
2024/01/29

안녕하세요 오은 시인님! 인터뷰글 잘 보았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한 이유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질문은 시에 대한 진입장벽(?)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짧은 글 보다 긴 글을 쓰는 게 더 편합니다. 시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시켜서 쓰라고 했던 게 다인 것 같아요. 긴 호흡의 글도 결코 쉽다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글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일이 왜 이리 큰 벽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 쓰기와 친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7

@주연이 좋은 질문은 하기도 힘들고, 거기에 걸맞은 좋은 대답을 하기도 어려운 듯싶어요. 하지만 할 때나 받을 때 더없이 기분 좋기도 하지요. 할 거나 받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좋은 질문임을 깨달을 때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은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에요. 나는 어떤 것에 끌리지?, 내게 어떤 일이 있었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등 무수한 ‘어떤’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요. 그 과정에서 질문 받는 이가 자기 자신에게 좀 더 가까워지는 듯도 싶어요.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은?” 같은 질문도 크고 어려운 듯 보이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작년 한 해를 돌아봐야 하겠지요. 자신이 끌리는 문장, 책, 분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질문 하나 던지겠습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편안해지는 장소가 있나요?” 고맙습니다.

alookso콘텐츠 인증된 계정 ·
2024/01/27

<본인등판 3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오은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kkomwall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은 시인님은 여러 인터뷰나 매체를 통해 질문을 ‘받는’ 사람이기도 하고, 팟캐스트나 모더레이터 등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저는 공과 사 모두 대체로 ‘하는’ 사람이었는데, 최근에 뜻하지 않게 몇몇 질문을 받으면서 대답이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대답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귀히 여기게 되었고요. 시인님은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나 글에 관한 질문, 개인적인 질문, 타인의 문답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시인님이 생각하는 좋은 질문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보태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좋은)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면요?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kkomwall 반갑습니다. 아이디를 보니 누구신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읽는 계정을 보고 사람들은 제가 속독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는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에는 늘 책을 읽는답니다. 운전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틈을 책 읽는 시간으로 메운 셈이지요. 아침에 읽어나서 읽고 밤에 자기 전에 읽는 시간을 생각하니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읽기에 쓰고 있는 듯합니다.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읽기 속도와 리듬 같아요. 저도 유독 천천히 읽게 되는 책들이 있어요. 책의 길이와 깊이와는 상관없이 '상념'이 중요한 책들이 있잖아요. 그런 책들은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조금씩 읽어나갑니다. 비밀에 다가가는 신중한 발걸음을 떠올리면서요.
저 또한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한 독서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저도 모르게 몰입한 나머지 생각보다 빨리 완독하게 되는 책도 있고요. 지금처럼 꼭꼭 씹어 드시듯 독서하시면 됩니다. 독서도 어쨌든 '소화'의 영역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bboo 좋은 시에 대한 질문은 번번이 어렵습니다. 실은, 시가 무엇인지도 점점 모르겠어요. 어떤 길을 내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 길이 어디로 뻗어나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렇겠지요. 그 알 수 없음 덕분에 어칠비칠하면서도 여전히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듯도 합니다.
좋은 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다르게 본' 시가 아닐까 해요. 더 나아가서는 '다르게 본' 것을 '다르게 쓴' 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두 번의 다름이 있으니 처음 읽을 때는 낯설겠지만, 그렇기에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일 수 있을 거예요. 그렇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시가 제게는 좋은 시입니다.
쉬운 시만 읽어도 되지요. 하지만 반복해서 읽으면 처음에 받았던 그 느낌이 점점 옅어질 거예요. 어쩌면 이는 쉬움이 가지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곰곰 생각하게 만드는 시, 읽는 이가 적극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시가 필요해질 거예요.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시간을 들여 시를 대하시면 좋겠어요. 이제 우리는 학교에서 시에 대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잖아요.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광부2020 아이쿠, 고맙습니다.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제 여러 모습을 다 들키게 되었네요. 밝은 것도 저고 차분한 것도 저겠지요.
사람이 싫어지는 순간, 참 많지요? 마냥 좋다가도 갑자기 싫어질 때도 있고, 싫은 사람이 더 싫어지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요. 저 또한 저의 옹졸함이 미울 때가 많은데요, 그것 또한 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우리 안에는 무수한 우리'들'이 있으니까요.
사람이 싫어질 때, 저는 그 사람이 되어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왜 그랬는지' 알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그 사람 입장을 헤아려야 되겠더라고요. 그러면 문제가 되었던 말과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해요.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우리에서 벗어나기가 이렇게나 힘들답니다.
그럴 때면 마냥 걷습니다. 음악도 듣지 않고 생활 소음을 벗 삼아 큰길도 걷고 골목도 걸어요.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고 마음의 부피가 커지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별로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새소리를 듣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돌 틈에 솟아오른 풀 한 포기를 보는 나 자신만이 생생해지더라고요.
그런 날이면 뭔가를 메모합니다. 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갑자기 멈추게 한 것,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을 기록하는 거지요. 시는 마음이 따뜻할 때 나오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마음이 움찔할 때, 꿈틀거릴 때 나오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zxcv12 예전에는 한 권을 다 읽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독서 패턴을 갖고 있었어요. 요즘은 두세 권 정도를 동시에 읽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이동할 때는 아무래도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니기 힘드니까요. 카페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읽는 책과 책상에 앉아서 집중하며 읽는 책도 다르고요. 두세 권을 동시에 읽으면 각 책의 내용이 모종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이 또한 독서의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인스타그램의 책 읽는 계정은 동시에 읽고 있는 책 중 어느 것이라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업로드합니다. 발췌독을 위해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책을 고르고 소개할 때 중심에 두는 요소가 있습니다. 자극이 되었느냐,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낯설게 다가왔느냐, 어떤 것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들었느냐 등입니다. 결국은 몸담고 있는 현장에서 이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좋아하는 듯싶어요. 딱히 분야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책에 끌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부러 베스트셀러를 사서 읽기도 합니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최대한 너그러워져요. 그래야 그 책에서 뭐라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매의 눈으로 비판할 요소를 잡아내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이 단어를 고르고 저 문장을 완성했는지 헤아리는 게 좋아요. 고맙습니다.

오은 인증된 계정 ·
2024/01/26

@박새우 프랑소와 엄 님과의 케미를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읽아웃을 꾸준히 들어주신 분들께는 늘 벅찬 고마움을 품고 있답니다.
직장 다닐 때, 직장인에서 시인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한 줄도 못 쓰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스스로 루틴을 만들었어요. 토요일은 직장인에서 시인으로 건너가는 날로 정해서 많이 걷고 보고 듣고 상상하고 메모했습니다. 일요일에는 (웬만하면 약속을 잡지 않고) 종일 자리에 앉아 시를 썼어요. 당연히 처음에는 잘 안 됐지요. 인간은 모름지기 쉬고 싶어 하는 존재잖아요. 그때 몸을 일으키고 바깥에 나가서 자리를 잡고 랩톱을 켜고 묵묵히 썼던 것이, 저를 지금껏 쓰게 하는 동력이 된 듯싶습니다.
남들 하는 것 다 하면서 꾸준히 쓰는 일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취미 몇 개를 기꺼이 포기하면서 읽고 쓰는 데 집중했거든요. 그래서인지 시간을 확보했다는 느낌보다는 가까스로 시간을 낸 느낌이었어요. 길을 내듯 내가 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던 셈이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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