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최고의 영화를 벌써 만났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4/22
▲ 더 웨일 포스터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겨우 몇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되리라 확신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모두 오른 뒤까지도 극장을 나서지 못했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여운을 그대로 감당해야 했다. 불이 켜지고 몸을 일으키며 돌아보니 나와 같이 극장을 나서지 않은 이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많았다.

나는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 여럿을 아주 조금쯤은 옮겨놨단 걸 알았다. 삶 가운데서 끝없이 고집스러워지기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를 번쩍 들어 옮겨내는 것, 영화의, 그리고 예술의 임무가 바로 이와 같다.

<더 웨일>엔 제목 그대로 고래 같은 인간이 나온다. 시작부터 충격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몸집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더해지기만 할뿐 덜해지진 않는다.

육지로 올라온 고래처럼 육중한 몸집은 방해만 될 뿐이다. 허리를 굽혀 떨어진 물건 하나 주워드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찰리(브렌든 프레이저 분)는 272kg의 초고도 비만 남성이다. 당장 혈관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초고혈압 증세에도 돈이 없다며 병원 찾기를 거부하는 중증 환자기도 하다.
▲ 더 웨일 스틸컷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남은 시간이 없는 사내, 무엇을 하려는가

찰리에겐 남은 시간이 없다. 간병인도, 심지어는 그 스스로조차 마지막을 직감한다. 이야기는 그런 찰리 앞에 몇몇 사람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처음 그를 찾는 건 신생종교 새생명교회의 젊은 선교사 토마스(타이 심킨스 분)다. 종말이 코앞에 다가왔다 설파하는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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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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