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8/18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의 물건정리를 거의 내가 했다. 

계절마다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입으시라고
얇고 가벼운 패딩으로, 시원한 모시나 인견으로.
목에 두르는 목도리나 레이스달린 스카프
머리가 시릴 땐 털모자, 해가 나면  크림색 망사모자. 

사드릴 땐 모두 입고 쓰고 걸칠 것 같더니
엄마는 맘에 드는 것만 고집하셨다. 편하고 마음이 가면서 손에 잡히는 것들로 
멀쩡한 새 것이 있는데도 굳이 보풀이 이는 쉐타나  
아들이 사줬다는 베이지색 효도신발 한 켤레.

"내가 얼마나 산다구 뭘 자꾸 사오냐~." 

어버이날에 선물로 받은 화장품이 너무 많다고, 이걸 언제 다 쓰냐고 하면서 
나보고 갖고가라고 했던 엄마. 우리 집에 와서는, 

"어머, 내가 화장품을 여기다 놓고 그렇게 찾았네~."  하면서 도로 가져간 엄마.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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