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1,465일째 아들의 장례를 못 치르는 이유

정현환
정현환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12/02
2018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사망한 고 최현진 일병과 어머니 송수현씨 이야기

공군 최현진 일병


공군 군번 18-7000XXXX. '-14도' 냉동고의 빨간색 숫자가 깜빡였다. 한 달에 한 번, 어머니 송수현 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한다. 고 최현진(공군병 787기) 일병이 2018년 11월 26일에 사망하고 1465일(2022년 11월 30일 기준)이 됐지만 장례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군 상급자의 성폭력으로 사망한 고 이예람 중사 바로 옆에 최 일병이 안치되어 있었다. 왜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을까.
고 최현진 일병의 어머니 송수현 씨는 한 달에 한 번, 국군수도병원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간다(사진: 정현환)

'일병'에게 24가지 업무를 지시했던 공군 간부들

2018년 11월 26일, 만 22세 나이에 고 최현진 일병은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E동 생활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8년 12월 5일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헌병대대(현 군사경찰)에서 작성한 수사보고에 따르면, 망인은 자대 배치를 받고 총 24가지 업무를 했다.

"간부들이 사망자에게 주인원 명부, TO/PS, 배속안, 화생방, 성폭력, 자살, 청렴, 신체검사, 체력검정 실시 현황 자료, 성과상여금 평가자료, 상병 진급자 건강검진 명단, 방독면 안경 보유 현황, 부모 초청 행사 출입자 현황, 장병 특별정신 교육, 정비기부 및 정비병 현황..."

이 중 대다수 업무는 징집된 군인이 해야 될 일이 아니라 '간부'가 직접 챙겨야 될 업무였다. 하지만 고 최현진 일병은 '총무'라는 직책을 받고, '진급자 건강검진 명단', '방독면 안경 보유 현황', '전시숙영계획' 등의 일을 혼자서 도맡았다.

이러한 상황에 최 일병은 주변 동료 병사 여러 명에게 육체적 심리적 고충을 호소했다. 동시에 공군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보고하며 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묵살당했다. 부당한 업무지시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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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육군 제15사단 오혜란 대위 성폭력 사건, 2014년 육군 제28사단 의무병 살인사건, 2022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건 등 지난 11년 동안 병영 인권 문제과 군 성폭력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순직과 보훈, 국가유공자 문제에 천착하며 그동안 국내외 군 사망사고 유족 126명을 만났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미디어 비평도 주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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