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아니다 - 2. 영식이 아저씨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2/09
언니가 집을 나갔다. 짤막한 글 몇 줄 적은 편지를 남기고. 아니 편지라기 보다는 공책 한 귀퉁이를 북 찢어 누구에게랄 것 없이, 성공해서 돌아올 때까지 집에는 절대 오지 않겠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찾지도 말라는 내용이었다. 엄마가 장농을 열어보니 언니 옷가지와 이런저런 물건들이 보이지 않았다. 언니는 언제 집 나갈 결심을 하고 저렇듯 세상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을까. 엄마는 이집 저집을 다니는 보따리장사를 해서라도 언니를 찾을 거라고 했다. 
   
   
   
3년 후, 우리 집에 대학생가방을 든 한 남자가 찾아왔다. 언니 이름을 대면서 언니를 잘 안다고 했다. 엄마는 어떻게 우리 애를 아냐고 물었다. 남자는 이러저러해서 따님을 알게 되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집 나간 딸자식을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실까 싶어서 혼자 찾아왔단다. 이렇게 자기가 집에 까지 찾아 온 줄 당사자는 모른다고 했다. 남자는 s대 유학과 3학년이라고 했다. 엄마는 남자를 극진히 대접했다. 
   
   
   
남자는 이후에 두어번 혼자 우리 집에 왔다. 그럴 때마다 아직 어린 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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