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매개체가 되어버린 미디어의 비극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4/16

수북이 쌓인 신문폐지. 최근에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미디엄(medium)’은 심령술의 영매나 무당을 의미하지만, 역병을 옮기는 바이러스 같은 매개체(媒介體)를 뜻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일각에서 왜곡보도를 일삼는 매스미디어의 기자들을 가리켜 ‘바이러스 덩어리’라고 하지 않고, ‘기레기’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그나마 점잖은 표현이다. 어원을 따진다면, 미디엄의 복수형인 ‘미디어(media)’는 신의 뜻을 이어받아 인간계에 전하는 영매의 굿거리처럼, 곳곳의 뉴스를 대중에게 전하는 매개체, 즉 대중매체인 셈이다.

‘바이러스’라는 미디엄이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듯,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미디어는 우리의 정신세계에 송송 구멍을 내며 갉아먹는다. 매스미디어가 공동체(community)의 공감적 언어, 즉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사용하지 않고, 반(反) 공동체적이고 반사회적인 언어를 남발한다면 그것은 사악한 영매의 해악한 주술이거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기생충 숙주들의 날갯짓인 셈이다. 건강한 미디어(media)는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개입하며 의견이나 갈등을 조율(mediation)하지만, 건강치 못한 미디어는 돈을 쫓아 시시각각 움직이는 주식 시세표 마냥, 즉시적으로(i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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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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