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1/30
지옥 [제33곡]

영혼이 배신하게 되면,
곧바로 그 육신을 악마가 빼앗아서,
그 이후로 남아 있는 시간이 모두
흐르는 동안 줄곧 지배하게 되지요.


탐욕에 눈이 멀어 죄는 지은 사람들은 지혜와 사랑과 덕성을 잃은 채 땅과 돈의 노예가 되어 살다가 죽어서 고통을 받는다. 우주의 가장 천한 곳에서 온몸을 잡아 뜯기며 끔찍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영혼마저 소멸하는 두 번째 죽음을 달라고 애원한다.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았던 나태한 사람들,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며 선을 행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신이 선물한 고귀한 생명의 시간을 헛되이 낭비한 것 역시 죄다. 음란함과 애욕에 사로잡힌 죄인들은 어둠 속에서 무서운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는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니 안정을 취할 수도 없다. 가장 비참한 순간에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고통받는다. 불화가 많은 도시에서 분열하며 싸우는 사람들도 지옥에 등장한다. 정의가 사라진 세상에서 오만함에 사로잡혀 질투하고 탐욕 부리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움켜쥐고 있는 것들은 아까워서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고 타인의 불행에 관심도 동정도 없는 사람들은 지옥에 있다는데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일까. 음란한 마음을 충족하기 위해 성노예를 만들고 재미로 성착취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스쳐 지나갔다. 갈등을 조장하며 국가를 흔들어대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의 기름진 얼굴과 빨간 혀가 기묘한 형상으로 변해 귀스타브 도레의 음울한 그림에 더해진다. 

재물을 얻고자 친족을 살해하거나 지인을 해하고 법망을 피해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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