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ㅣ 막장의 탄생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08
하녀 dvd 커버

낙원동 아트 시네마'에서 유현목 감독의 < 오발탄 > 을 상영한 적이 있다. 감독 영화제 따위가 아니라 재개봉 영화 형식으로 상영되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박스오피스 집계 현황에 이 영화도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예술 영화 열풍이 불어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가 예술 영화 전용관에서 개봉되어 흥행이 되기도 했던 기이한 시절이었다. 아마, 자신이 만든 영화가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감독이 알았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다. < 오발탄 > 도 같은 맥락에서 야심차게 개봉되었으나 성적은 처참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개봉 첫 주 주말이었는 데도 극장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은 서너 명이 전부였다. 영화를 상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던 터라,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영화 관련 서적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 오발탄 보러 오셨나 보오 ? "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백발의 노신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유현목 감독이었다 ! 그것은 마치 팀 버튼이 만든 영화 < 에드 우드 > 에서 영화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선정된 에드 우드'가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이었던 오손 웰스를 만나는 장면과 유사했다. 내가 깜짝 놀라서 눈이 휘동그레졌더니 노신사는 방그레 웃으며 "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 " 라고 말했다. 우리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 자리에 앉아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누가 이런 늙은 영화를 보냐며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말투에는 섭섭함도 감지되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러 와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상영관 안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 이 영화는 내가 한국 영화를 평가할 때 항상 베스트 넘버 원'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나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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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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