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위험사회, 그리고 일상적 재난 - 인간과 해충 사이의 전쟁(2)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5/20
모기(동아사이언스)

모기와 위험사회, 그리고 일상적 재난

인간들이 발명하고 발전시켜온 살충제는 끝까지 해충들을 완전히 ‘죽이지’ 못했다.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다’는 믿음은 이런 식으로 무너지는 중이다.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돕던 믿음은 이제 인간을 배반했다. 반복되는 자연의 공격은 점점 그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더욱 인간에게로 밀착한다. 사스나 메르스는 대륙을 건너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는 순간 공포는 바다를 건너 확산된다. 각종 해충들과 질병의 영역은 점차 늘어난다. 페스트는 몽골의 세력 확장과 함께 했고, 모기는 지구온난화를 타고 더 멀리 난다.

재난들의 엄청난 스케일은 자본과 문화의 세계화에 딸려 온 후폭풍이다. 16세기 이래 지금까지 지구 전체를 무대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는 ‘축적’만을 목표로 하고 굴러왔다. 그 결과 지구의 모든 자원은 생산의 원료고 모든 인간은 노동자이자 자기경영자가 되었다. 지구는 자본주의의 원료 제공지이자 시장으로 ‘축소’되었다. 재난의 거대한 규모는 피해량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구 자체가 재난의 무대이자 재난 그 자체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인간은 일상의 모든 면에서 재난을 접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태학자 티모시 모턴은 ‘초과물hyperobject’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제 재난은 인간의 이해 영역 너머에 존재한다. 인간은 초과물의 존재만을 인식할 뿐 그 ‘초과성’은 통제할 수 없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익숙한 것을 오래 잘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245
팔로워 533
팔로잉 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