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아래 묻힌 사람들 - 부평답사 2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0/07
하늘이 역사를 굽어보는지 어쩌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역사는 땅 위로 쌓인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터전은 그 후손들의 일터 아래 묻히고, 또 그 위로 까마득한 후예들의 일상이 덮인다. 그래서 ‘100년도 못사는’ 사람들의 흔적은 퇴적되고 지층을 이뤄 거대한 언덕을 구성하게 된다. 그 언덕을 되짚어 시대와 세대를 가늠하는 것이 역사가 아닐까.. 부평 영단주택 골목을 지나 아직도 남아 있는 왕년의 미군 부대, 캠프 마켓의  담벼락을 돌아들어 만나는 ‘부영공원’ 에서도 비슷한 상념에 젖는다.



.
지난 2020년 인천문화재단은 부영공원 경내의 정체불명의 땅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때껏 그 존재를 전혀 모른 건 아니었지만 누가 팠는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언제까지 사용됐는지 등등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다. 땅굴 내에 트럭 바퀴 자국이 선연히 남아 있고 그 끝이 인천항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커서 일본군의 작품이라는 추정이 유력하다.
.
근처 야트막한 함봉산에서 일본인이 조선인들을 부려 파들어갔던 지하호가 숱하게 남아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확언할 수는 없다. 왕년의 일본군 조병창은 고스란히 미군 기지로 수용돼 2002년까지는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경인일보

즉 미군도 이 땅굴을 무슨 용도로든 사용했을 수 있고, 조사 결과 80년대 생산된 컵라면 용기도 버려져 있었다고 하니 땅굴의 존재를 알고 그곳을 드나든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수십년 간 인근의 부평 시민들도 이 땅굴의 존재를 까맣게 몰랐고 일본군의 금괴가 묻혀 있느니 어쩌니 하는 솔깃한 뜬소문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
그런데 용도(?)와 주체가 분명히 밝혀진 땅굴(?)도 부평공원 지하 어딘가에 묻혀 있을 것이다. “인천시 부평동에 있는 미군 모부대 저유탱크 밑으로 땅굴을 파고 탱크 밑부분에 파이프를 연결, 탱크에서...
김형민
김형민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273
팔로워 3.4K
팔로잉 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