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탐정이 귀신 보는 심령술사와 만난다면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9/21
제가 좋아하는 무엇을 남에게 권하고픈 건 무리동물인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이다. 맛있는 식당을 발견하거나 좋은 음악을 들을 때, 멋진 거리를 걷거나 재밌는 영화를 보았을 때 우리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다.

제가 만난 매력적인 사람을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다거나 다녀온 여행지를 타인에게 권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연유라고 하겠다.
 
당신이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그것도 문학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영화감독이라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틀림없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을 영화로 만들고자 시도할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영화가 그렇게 태어났고, 오늘 이야기할 영화 또한 그렇게 만들어졌다.
 
▲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국문학 애호가 케네스 브래너 신작

케네스 브래너는 자타가 인정하는 문학 애호가다. 연극에 몰두하던 시절부터 영문학에 깊은 관심을 드러낸 그는 1989년 셰익스피어 원작의 <헨리 5세>를 영화화해 평단을 매료시킨다. 엄청난 열정과 파격적 아이디어가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걸작으로 그는 단박에 영국 영화계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여세를 몰아 <햄릿>을 영화화하기도 한 그는 연출과 연기를 넘나들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표출한다.

브래너의 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7년부터 또 다른 영국문학의 영화화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학가 중 한 명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연달아 영화로 제작했다. 그 처음은 거장 시드니 루멧이 1974년 앞서 만든 바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이다. 고립된 공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유능한 탐정이 풀어낸다는 정석적인 추리물로, 루멧은 소설과는 또 다른 장점을 가진 영화의 매력을 한껏 살려 고전을 새로이 명작으로 만들어냈다.

브래너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루멧의 것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호평과 함께 제작비의 6배가 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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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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