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최하층에서 불평등을 외치다 -2-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휴먼 계정입니다.
2021/10/30
https://alook.so/posts/M9t3ap - 1편

에디터 픽이 안 됐는데도 30 추천 가까이 왔군요. 좋은 기세입니다. 더 보십시오, 더!!

불평등을 극복해야 할 이유는 대단히 많습니다. 넓게는 민주주의 근간부터 사회 경제 문제까지 말할 수 있겠지요. 제 입장에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할 이유 하나만 대라면, 노동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 말하고 싶습니다. 임금과 인식 양면으로 말이죠. 제가 뜻하지 않게 유명해지면서 반 강제로 친목질 소셜 믹싱을 경험했어요. 지방 용접공 신분으론 평생 못 뵐 유명인, 고위 관료, 명문대학 교수, 기타 고액 연봉자 분들과 대화 나누다 보면 서로 사는 세상이 다름을 느낍니다. 뽐내지 않아도 여유와 품격이 느껴지더군요. 이런 분들도 부동산 이야기 나오면 절반 이상이 낯빛부터 바뀌셨어요. 요즘 말로 영끌해서 사신 거죠. 실제로 한 분은 이익도 많이 보셨습니다. 그런데 별로 기뻐하질 않으세요. 이유를 여쭈어 보면 허탈해서라고 합니다. 힘들여 번 돈보다 가만 앉아 얻는 소득이 더 많다. 직업에 대한, 노동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근데 이런 말을 세상은 그저 배부른 소리라고만 치부한다. 듣고 나서 좀 씁쓸하더라구요.

대다수 사람들은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그 안에서 자기 가치와 정체성, 자부심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현장 일하다 보면 ‘빠꼼’들을 종종 만나요. 초짜들 네 다섯이 붙어도 그 한 명만 못합니다. 이 분들은 실력이 곧 돈이란 일념으로 자기 실력을 계속 갈고 닦았어요. 전국 각 분야 명장 분들. 명함도 직위도 없지만 그 판에서 이름 대면 다 아는 기술자 분들. 업계에서 돈 제일 많이 받지만 일감이 맨날 밀려 있는 프리랜서 분들. 이 분들이 반평생 쌓아올린 기술, 기능, 암묵지, 형식지를 지금의 불평등 구조가 비웃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뭐합니까? 서울에 집 한 채 사놓은 것보다 무가치한데! 물론 노동의 이유를 단순 임금과 시장 가치로만 판단할 순 없습니다만. 대단히 중요한 요소인 걸 감안하면 노동 가치 하락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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