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이선우 · 인.생.이.모.작.@->---
2022/11/16
철학이나 사상을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사실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생각을 공부하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엉성하건 치밀하건, 선하건 악하건 간에 우리의 생각은 시공의 맥락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철학/사상을 공부한다는 것을 결국 철학사/사상사, 즉 생각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엘리베이터에 누구랑 누가 타고 있는데 버튼을 눌러서 하나를 죽인다면 누굴 죽일 것이냐 같은, 일종의 생각 훈련이나 토론 훈련도 중요한 것이지만 이런 식의 윤리 사변 훈련은 결국 실천하지 않는 자들의 변명으로 전락할 여지가 너무도 많다는 점에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상의 역사, 생각의 역사를 공부할 때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건 동북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늘 주의해야하는 문제입니다만, 한 시대의 생각이 그 이전의 생각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생각이 그 이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고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이런 생각에 너무 빠지다 보면 과거의 사상이 아무런 변형 없이 그대로 그 이후에 쭉 이어져 내려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세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원래는 별것 아니던 것이 중요하게 변화하기도 하고, 원래 목적이나 의도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불교가 처음 중국에 전래되었을 때 중국인들은 불교의 공(空, śūnya)을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허(虛)나 무(無)로 이해했고, 심지어는 노자가 인도에 가서 석가가 되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불교를 격의불교(格義佛敎)라고 하고, 노자가 인도에 가서 석가가 되었다는 생각을 노자화호설(老子化胡說; 노자가 오랑캐가 됨)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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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사(중국철학) 석사. 박사 준비중. 다각도로 광범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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