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살아지다
2024/08/16
몇 년 전 김숨 작가의 『한 명』을 읽었다. 작가가 2년여 간 300여 개의 증언을 확인하고 집필한 소설이다. 언젠가는 맞았어야 할 칼날을 정확히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꿰뚫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무엇도 하지 않았다. 때로 신문에 실린 조각 기사들을 가만히 읽어보았을뿐 거리로 나가지도, 목소리를 내지도, 더 많은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20만 명 넘게 끌려가 목숨 붙여 돌아온 이가 2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돌아온 이곳에서 어떻게 연명하였는지를 열심히 알리지 않았다. 소녀상을 찾아가지 않았다.
오세란 선생님에게서 소식이 왔다. 무대에 서게 될 때 연락 주십사 부탁했던 것을 잊지 않으셨던 모양이었다. 공연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