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더 이상 인간을 참지 않는다면
2022/10/27
불과 함께 시작한 인류
불은 가장 맹목적인 의미에서,
말 그대로 자연의 힘이었다.
잉글랜드 남부는 겨울에도 특별히 춥지 않지만, 기온이 며칠씩 영하로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집에 우르릉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진다. 가스 보일러와 중앙난방 펌프가 실내를 따뜻하게 덥히고 물탱크에 뜨거운 물을 채워 넣는 소리다. 보일러가 제 할 일을 하는 동안 길 아래 묻힌 금속 파이프가 끊임없이 연료를 실어 나른다.
우리가 불태우는 나머지 모든 것들처럼, 이 연료 속의 에너지도 원래 생명체가 태양에서 얻어낸 것이다. 수백만 년 전 식물이, 천연가스의 경우, 그 식물을 먹고 살았던 동물들이 만들어낸 에너지다. 그런 연료를 태우는 것은 오래된 생명을 새로운 열기와 빛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생명이 없다면 이런 교환도 발생할 수 없다.
가이아 빈스가 도서 《초월: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에서 탐구했듯이, 우리 행성이 생겨나고 첫 몇십억 년은 “불이 없는 시대였다. …… 불태울 것도 없었고 산소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생명체가 광합성하고 희박한 지구 대기에 산소를 내뿜기 시작하고 나서야 (더 나아가 각 생명체가 번식하고 진화하며 에너지가 풍부한 생물권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불이 지구에 뿌리를 내렸다.
불의 힘이 아닌 불을 다루는 힘
약 150만 년 전, 우리 조상은
자연 발생한 불을 ‘빌리는’ 대신
직접 불 피우는 법을 배웠다.
생태계는 주기적인 연소를 토대로 번성하며 진화했다. 빙하기에는 바다의 수위가 오르내렸고, 사막의 넓이가 줄고 늘었다. 운석 충돌과 화산 활동 등 이따금 발생하는 대재앙으로 생명체가 타 죽고 멸종했다. 그러는 내내 생명체는 적응하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불을 이용하거나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꿈꾼 생명체는 우리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없었다. 생물종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만 우리 신체 자원을 크게 넘어서는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가 에너지와 맺은 관계의 역사는 인간 고유성의 핵심이다.
오늘날에는 불과 열을 너무 손쉽게 얻을 수 있어서, 과거에도 이렇게 쉽게 불을 피울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불을 피우는 기술 자체는 단순하지만, 안전하게 도구를 준비하고 불을 피워 관리하는 일은 단순함과 거리가 멀다. 이 일에는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앞선 세대에게서 물려받은 집단 문화도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인간을 우선시하는 사상은 이제 더욱 커질 것 같네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들어오면서 더 더욱 이런 주의와 투쟁이 일어날 것 같아요.
로봇과 인공지능을 화두로 둔 차별과 분쟁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돈 버는 기업이 판치는 그런 자본주의적 투쟁이 가득한 세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막막 들어요. 막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