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때의 ‘분노’가 이태원에서 ‘체념’으로 바뀌지 않기를

전지윤
전지윤 · 배우고 글 쓰고 활동하는
2022/11/15
최근에 가까운 분의 아버님 장례식장에 갔다 온 적이 있다. 가서 보니 연로하신 아버님은 큰 고통없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마지막이 좀 갑작스럽긴 했지만 가족들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가깝고 사랑했던 이의 죽음은 누구에게든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자리에 갈 때면 항상 조심스럽다. 조문을 언제 가는 게 좋을지, 어떤 옷을 입고 가야할지, 조의금을 어느 정도 할지, 가서 어떤 것을 묻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하나하나가 고민이 된다. 더구나 어떤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가장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경우는 말할 수도 없다. 함께 울고 위로하면서도 모든 게 극도로 조심스러운 게 당연하다. 

이번에 10.29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그래서다. 그것은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 <조선일보> 등이 말하듯이 명단을 공개하고 그것을 퍼나른 분들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만 하는 악질적인 2차가해자들’이라고 봐서가 아니다. 

‘피해자가 아니라 사망자’라면서 가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자들이 이럴 때만 ‘2차가해’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혀서 쓴웃음만 나온다. ‘전교조 명단과 5.18 유공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교조를 마녀사냥하고, 5.18 유공자들을 낙인찍어 온 것이 누군지는 잊어버린 것인가? 유경근 전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의 반응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태원참사' 희생자명단 공개된 거 놓고 '유족동의', '법적책임' 운운하는 걸 보니 8년 전 국회 돌바닥에서 먹었던 사발면이 올라오려고 한다... 그럼 유족동의 받아 명단공개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건가? 너희들이?” 

정말이지 모두가 명단 공개를 비판해도 절대 입을 열 자격이 없는 게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 ‘유가족들의 동의나 의사 확인’도 없이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 만들고, 희생자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한 장본인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라는 작은 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첫 책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1685718
473
팔로워 535
팔로잉 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