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택배를 기다리며

수달씨
수달씨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합니다
2023/07/03

며칠째 오지 않는 택배를 기다리다가, 마음 먹고 물건을 주문한 업체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물건을 받지 못하였으니 환불 조치를 해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월요일 아침의 커피숍, 아이스 라떼 한 잔을 들이키고, 거대한 빵을 꿀꺽 삼키고 겨우 해낸 일이다. 이제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 나는 환불을 받지 못해도 이걸 해냈다는 것에 만족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지독히도 싸움을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누구에게는 쉬운 일이 누구에게는 어렵다. 또는 이런 일은 쉽게 해내는데 저런 일은 영 되질 않는다. 내게는 위와 같은일 - 하자가 있는 물건에 대해 항의를 하거나 늦게 납품되는 상황에서 재촉해야 하거나 고객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적절하게 거절해내는 일들이 어렵다. 차라리 얼굴을 보고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화로 그런 것들을 말하다니 생각만으로 가슴이 벌렁거린다. 

가끔 이런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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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 합니다. 시골집과 마당을 가꿉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독립출판 에세이집 <오늘의 밥값>, <어쩌다 마당 일기>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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