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머니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3/24
# 11. - 나 홀로 드로잉 

구례 화엄사 홍매화를 그렸다. 

꽃들이 덩어리로 뭉쳐있는가 하면 진분홍 꽃 점들이 하늘에 떠 있다. 
그 사이로 두 어머니가 보인다. 친정엄마와 시엄니다. 
두 분은 모두 구십 넘어 때를 맞춘 듯 봄날에 소천하셨다.


외아들 남동생은 겨우내 움츠린 엄마를 모시고 봄꽃들이 펼쳐진 곳을 달렸다.
정갈한 음식들이 가지각색의 꽃처럼 차려진 곳에서 밥을 먹고,
사진 속에서 활짝 웃는 엄만 그냥 화사한 꽃이었다.


시엄니의 고향은 문경이다. 엄니는 태어나 백일이 되기 전에 엄마를 잃었단다.
심청전은 그래서 당신의 이야기와 너무 똑같다고 했다.
홀로 된 아버지가 딸에게 먹일 게 없어 젖동냥을 하거나 달달한 무엇인가를 타서
엄마의 젖 대신 떠먹여 키웠다.
조금 커서는 마을의 초근목피가 요긴한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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