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7

@블레이드 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는 분명 어렵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어려운 구석이 있지 않나 싶어요. 글쓰기의 어려움을 절감하면서 살기는 해도, 다른 일에 비해 글쓰기가 유독 더 어렵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제가 글쓰기의 어려움에 관해 너무 자주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보다는 제가 가진 문장으로 다른 직업의 희로애락을 잘 비추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는 순간은 정말 흔한데요. 그럴 때에도 맛있게 완성된 요리같은 원고를 내놓는 것이 프로겠죠. 돈 받고 작가 생활을 한다는 건 잘 써지는 날에도 안 써지는 날에도 어떻게든 평타 이상의 원고를 안정적으로 납품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늘 성공하지는 않지만... 저희 엄마가 늘 시간 맞춰 옷가게 문을 열었듯, 아빠가 시간 맞춰 트럭으로 물건을 싣고 현장에 도착했듯, 작가들도 꼭 지켜야하는 시간 약속에 맞춰 움직이며 삽니다. 저에겐 엄수해야 하는 약속과 독자와 편집자가 있기 때문에 슬럼프에 대해 오래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업으로 글을 쓰시는 게 아니라면 슬럼프 또한 달콤하게 즐기시고 쉬엄쉬엄 쓰시면 좋겠어요.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의 자유가 있잖아요. 제가 음악을 내킬 때만 하듯이, 내킬 때에만 글을 쓰는 누군가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 인생엔 없는 자유가 흐르기 때문에… 

·
2023/12/28

기사 제목처럼 댓글도 대충 못 다는 작가님들께 경외를 드리며. 궁금한 것들이 아래 댓글 속에 다 해소가 되어 응원만 드립니다. 좋은 글 꾸준히 쓰셔서 평생 독자로 만나고 싶어요. 

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7

@2010mimi 안녕하세요. 질문이 너무나 단정하고 고와서 저도 공손한 자세로 댓글을 쓰게 되어요. 마치 ‘남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오랜 해외여행 경험’처럼 연애를 느끼신다니 재밌고 이해가 가요. 우리가 연애에 관해 오지랖이 많은 사회 속에 살기도 하고, 한국 특유의 유성애적 정서도 짙으니까요. 어쨌거나 새로운 만남을 바라고 계신 것으로 보여요. 사랑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여쭤보셨는데요. 저는 자연스럽게 인연이 올 거라고 믿으며 느긋하게 기다린 적은… 어쩐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늘 부자연스러울 만큼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아다녔고… 그러느라 삶이 너무 바빴습니다. 토할 것 같을 정도로 재밌고 피곤했고요. 먼저 나서고 먼저 용기 냈을 때 만나게 되는 좋은 인연이 분명히 있겠지요! 동시에 내 일을 계속해서 축적하고 반복하며 쌓았을 때 만날 수 있는 인연도 있겠고요! 연애와 일을 둘 다 부지런히 할 때 더 풍성한 관계 속에 놓이는 건 분명할 텐데요. 부디 지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종종 한가함을 누리는 선에서 움직이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멋진 사람을 만나면 참지 말고 그에게 말합시다… 너무 멋있다고…

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9

@wowopopo 삼일간 수많은 댓글을 읽었는데요, 저는 선생님의 댓글과 가장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저희 힘들까봐 아무것도 안 물어보시고, 혹시 이야기가 겹칠까봐 배려하며 이미 쓴 댓글을 다 정독해주시고, 이렇게 사랑과 응원만 건네주신 선생님… 진짜 멋지고 최고이십니다. 저에게 귀한 휴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로써 다시 없을, 3일간의 댓글 대잔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야호~ 

이훤 인증된 계정 ·
2023/12/27

@p__1004 부산도서관 행사에 와주셨군요! 저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질문은 혼자 머금은 채 집으로 돌아갔던 날들이 많았어요. 다시 찾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시와 사진을 보며 눈이 밝아지고 좋아졌다는 안부도 너무 소중합니다. 

서른에 접어들 즈음 저도 오래된 친구들하고만 만났던 기억이 납니다. 내향형 인간인 저는 사실 요즘도 길고 짧게 그런 시기가 오는데요. 새 친구를 들이고 싶은 날에는 평소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반응하려 해요. 먼저 손내밀기도 하고요. 요즘엔 주로 창작하는 동료들과 친구가 되는 것 같은데요. 물론 창작자라고 다 절친이 되지는 않는 것 같고... (그러나 감사하다. 새 동료가 생긴다는 게 어딘가.) 작업론이나 출판 같은 직업적 이야기와 천박하고 부끄러운 우리들 모두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동료와 가까운 친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그 자리에서 손님처럼 앉아 있지 않고 함께 용기를 내더라고요. 만나시면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고요! 

나 아닌 것을 별로 하지 않아도 편안한가? 지금의 내가 만나고 싶나?가 요즘 제가 새 친구를 기대해보는 기준이기도 해요. 나라는 존재도 계속 이동하고 변하니까요.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서 오히려 불편함을 자주 느끼기도 해요. 그리고 그들 중 몇으로부터 떠나왔습니다. 친구라는 존재들이 시기마다 우릴 다르게 채워주니까요, 오래 알아봐준 사람들과 나를 궁금하게 하는 새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충만함을 느끼시길. 원하실 때만 둘러싸이며 즐겁게 관계 맺으시길 바라요!

이훤 인증된 계정 ·
2023/12/26

@qocksals 방송작가를 꿈꾸시는군요! 부상 때문에 아카데미 참석이 어려워지셨다니 애석하네요... 그럼에도 다음 자리가 있기를요. 쓰고 싶은 대상과 마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 드려요. 

주신 질문도 잘 읽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유독 어려운 날이 있지요. 저 또한 그런 날들이 길었고요. 요즘도 비슷한 표정을 짓습니다. 모두가 다르게 자신과 관계 맺으므로 저는 저의 경우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요. 저는 스스로와 불화할 때마다 시를 썼는데요. 즉각적으로 초라한 상태를 벗어났던 건 아니지만요. 쓰는 동안 타자의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게 도움이 되는 날이 있었던 것 같고요. 아주 먼 화자의 움직임과 선택을 떠올리며 쓴 문장들 덕분에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힘조차 없을 땐 카메라를 들고 오래 걸었습니다. 막막한 날에는 계속 몸을 움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고정하고 여기저기 저 자신을 투영하는 게 슬픔을 잠시 잊고 그것을 재적립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스스로와 불화하는 감각은 저 또한 계속 배워나가야 대상이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작은 것에 많이 웃으며 귀여운 것들도 많이 만나며 눈길 지나고 계시길 바랍니다.

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6

@muruybi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자 족쇄인 것 같아요. 노트북 없이 떠나는 여행은 어쩐지 상상이 잘 되지 않네요.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덜 과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원고와 행사 마감이 몇 개인지, 얼마나 급하고 품이 많이 드는 마감인지에 따라 하루 일과, 한 주 일과를 유동적으로 조정해요. 한 책상에서 마주보며 일하지만, 훤과 제가 일하는 속도가 달라서 각자의 컨디션을 살피며 격려하고... 적당할 때에 일을 멈추도록 말리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워낙 빠르게 슥슥 많은 일을 하는 편이라 과로가 익숙한 편인데요. 훤이 덕분에 종종 멈추고 쉬어갈 수 있게 되었어요. 올해 아쉬웠던 일은 딱히 생각나지 않고요. (최선을 다했다...) 내년의 목표는 내년에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_< 

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6

@popo 안녕하세요, 첫 번째로 질문 해주시는 분들의 용기를 저는 좋아합니다. 부지런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인터뷰 본문에 이미 적어두었답니다 :) 너무 부지런히 댓글 다시느라 지나치셨을까봐 알려드려요. 물론 짧은 인터뷰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계기가 있을 텐데요. 또다른 중요한 계기는 가장 힘든 날에도 훤이가 농담을 잊지 않는 모습이 빛나서였던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난 뒤에 훤이에 관해 긴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9

@schilla030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름에 북토크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저 역시 선생님과 비슷한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말씀하신 어려움을 이미 모르지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선생님처럼 훤이랑 오랜 사랑을 하면 좋겠다고 바라게 됩니다. 

영상에서 보셨다시피 저희도 다른 부분이 참 많은데요. 일하는 속도, 느긋한 정도, 물건을 좋아하는 정도, 돈에 대한 열망 등등… 조율 가능한 부분도 있고, 워낙 타고난 성향이라 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아직까지는 서로를 증오하지 않는 선에서...>_<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중이에요. 저랑 달라서 답답할 때에는 훤이가 크게 아프거나 죽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런 상상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사소한 성격 차이 정도는 어쩐지 너그럽게 넘어가게 되어요. 이러쿵 저러쿵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건 기적같은 데가 있음을 기억하려고 해요. 

앞으로 물론 새로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슬아 인증된 계정 ·
2023/12/27

@y8nj1n 너무나 사랑스러운 댓글이에요. 안 만났지만 꼭 만난 것 같은 기분이고요. 큰 사랑 전해주셔서 진짜 고맙습니다. 

남편 말고 최근에 사랑하게 된 것은… 밥을 하는 시간입니다. 하와이에서 지내며 훤이랑 매일 밥을 해먹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글 쓴다고 돈 번다고, 밥하는 일을 모두 외주로 돌려서 제 손으로 밥을 지어먹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요. 사실 저에게도 복희씨의 부엌력이 흐른다는 것을 오랜만에 실감하고 있어요. 훤이랑 같이 장 봐온 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익히고 볶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해먹고 깨끗이 치우는 게 얼마나 단순하고 행복한 일인가 싶어요. 화면 속 텍스트와 정보에 집착하며 수 년을 보내다가 몇 주간 글 안 쓰고 부엌일을 하다보니 좀 치유적인 데가 있는 듯해요. 훤이가 차린 밥을 먹는 것도 기쁨이고요. 한국에 돌아가면 부엌에 이만큼 시간을 쏟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루 하루 즐겁게 누리고 있습니다. 

더 보기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