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정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한 통의 전화를 계기로, 무척 자연스럽게 비밀처럼 숨겨왔던 사연과 연결되어 나아갑니다. 글을 읽으면서 무척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간호사 일을 하다 호주로 가신 건 알았지만, 그 사이 이런 일이 숨겨져 있는지는 차마 몰랐네요. 언급하는 게 오히려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라, 언급 자체가 꺼려지는 일이 있죠. 제게도 그런 일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사연이 어쩌면 그런 상처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로 모든 겹겹의 사연을 다 쓰신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라도 털어놓음으로써 조금이라도 상처가 아무셨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건을 전개하는데 워낙 탁월하셔서, 특히 이번 글은 사건이 주가 되는 글이기에 나무랄 데 없이 매끄러운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어요. 정원 이야기, 통화 내용, 사건의 전말, 그 후의 이야기, 현재의 생각까지. 사실 글을 앞에서 매끄럽게 전개했더라도, 가장 어려운 건 마무리더라고요. 이 글을 어떻게 끝맺음 할 것인가.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 지을 것인가. 어떤 문장이 마지막 문장으로 적합할까 등.

마무리 부분에서 많이 고민하신 흔적이 보여요. 사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더 어려워지는 게 마무리인 것 같아요. 마치 여운을 남기듯 슬쩍 발을 빼는 게 오히려 나을 때도 있고요. 마무리를 고민하는 분들께 제가 보통 해드리는 조언은, 특별한 무언가를 시도하기보다 전에 쓴 내용들을 아우르는 문장으로 끝을 내는 게 더 낫다고 말해요.

간호법에 대한 이야기를 초반에 언급하고 후반에도 다시 하셨는데, 이게 발만 담갔다 뺀 느낌이 좀 들거든요. 정면으로 법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부분, 저자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문장들은 없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이 법안 관련한 건 제외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초반에 통화 내용으로만 두고, 마지막은 법안을 떠나 개인의 사연 마무리로만 가는 게 더 깔끔하지 않을까. 

저보다 훨씬 법안이나, 현장의 상황을 더 잘 아시기에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주제인지도 모르겠어요. ㅜㅜ 그냥 글만 보자면 불충분한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더해봅니다. 참 글이 어려워요 쓸수록...;; 열심히 쓰고 사유하다 보면 또 좀 나아지겠죠;; 늘 응원합니다. 

글은 둘째 치고 이 사연으로부터 훨훨 날아가시길 진심으로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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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간호사셨군요..고생많으셨어요.  전 병원을 끔찍히도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공황발작으로 과호흡이 일어나서 신체의 반토막이 마비되고 이제 죽은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중 저에게 응급처치를 해준 일본동경여자의대 병원의 간호사에게 아직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서 쉽지 않기에...다시 현장으로 복귀하시라는 말씀은 쉽게 못드리겠습니다. 그 트라우마를 뛰어넘는 부분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콩님은 간호사가 처음부터 적성이 아닐수도 있어요. 간호사가 맞다고 하더라도 내과나 외과가 아니고 소아과나 신경정신과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또 또..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네요..헛소리입니다. 비밀 이야기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