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6

@joarim526 물론 에세이는 '독자를 염두한 글'이죠.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고 계신 아림님은 이미 '독자를 염두한 글'을 쓰고 있답니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다 보면 독자들과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때부터 작가의 고민이 시작돼요. 내가 좋아하는 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데, 내가 특정 소재나 주제로(특히 트렌디한 주제로) 쓴 글은 반응이 뜨겁단 말이죠. 다수의 독자가 이런 글을 좋아하는 구나 파악한 순간, 마음이 흔들려요.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이 다른 것 같다고. 

이럴 때 내 글의 '독자'들을 좀 더 세분화 시켜봤으면 좋겠어요. 트렌디한 주제를 좋아하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일까, 내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일까. 어떤 독자가 더 오래 내 글을 읽어줄까. 저는 '제가 쓰는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소수의 독자'를 염두하고 글을 씁니다. 정말로 그런 소수의 독자들이 오래도록 제 글을 읽어주시고, 조금씩 독자들이 견고해집니다. 작가에게 '독자층'이 생긴다는 걸, 다섯 권의 책을 써보고야 알았어요. 

'독자를 생각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저는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익숙한 글쓰기도 좋지만, 다양한 소재와 문체와 장르로 글쓰기를 연습하고 도전해봐도 좋겠어요.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목소리를 찾아가면 좋겠죠.

더불어 단 한 명 유일한 독자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나, 작가이자 독자인 나 말이에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면의 유일한 독자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글이랍니다. 꾸준히 쓰는 일에 지치지 않으려면 글쓰기가 즐거워야 해요. 인정 받으려는 과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마음으로 글 써봐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분명하다면, 뚝심있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공들여 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처럼요. 얼룩소 인터뷰에서 '작가의 포지셔닝'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미 많은 작가가 다룬 글 말고 뭉툭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 색깔을 만들어 가는 게 좋습니다. 

연재를 시작하신다니, 기쁜 소식이에요. 연재해보고 싶은 주제와 비슷한 도서들을 레퍼런스 삼아 기획단계에 공들여 보세요. 연재할 주제와 기획, 목차 구성을 충분히 고민하고 꾸려보신 다음 연재를 시작하길 바라요. 10편만 연재해보아도 고민했던 지점들이 명확해지고 글쓰기 방향이 바로 잡힐 거예요. 물론 글도 나아질 겁니다. 아림님의 연재를 응원합니다 :)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6

@jsoyoung02 여러 번 다시 써보시길 권합니다. 글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경우는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거나,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았거나, 아직 공개적으로 쓰기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가 많아요. 작가가 다 정리하지 못한 이야기, 현재 작가가 정리 중인 이야기이죠.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쓰는데도 마무리 되지 않는다. 다른 글감들로 글을 써도 매번 비슷한 깨달음과 생각으로 글이 귀결된다.] 만일 이런 경우라면, 내가 마음에 사무친 이야기를 털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렇게 미완의 글들이 남는대도 너무 자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는 시도 중인 거예요. 내면에 사무친 이야기를 직면하고 이해해보려고 나아가 보려고 용기내서 시도하고 있는 거죠. 

만일 이런 이유로 미완의 글들이 쌓여간다면 지치지 말고 계속 시도해보길 응원합니다. 언젠가 홀가분하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음 이야기를 쓸 때가 올 거예요. 18살에 처음 썼던 이야기를 여러 장르로 여러 시점으로 수십 번 써봤던 초고가 있었어요. 그 글은 33살 때야 완성해 책에 실을 수 있었어요. 저도 아직도 20년 전 서랍에 쌓여있는 미완의 초고들이 많답니다. 여러 번 시도하고 실패하다 보면, 언젠가 완성할 수 있겠죠.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선물해요. 
 "시도했고,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하기. 다시 실패하기. 더 잘 실패하기." - 사뮈엘 베케트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6

@단단 에세이에서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 쓰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문장이거든요. 우리가 글을 읽는 독자에게 주어야 하는 건 여운, 오직 여운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 글은 오랫동안 독자에게 남습니다. 에세이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실수하는 부분도 결미 부분이에요. 독자를 가르치려 하거나 자기 주장, 혹은 자랑으로 끝나는 글은 피해야 한다고, 저는 글쓰기 수업에서 말합니다. 그런 글은 대부분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취해 자기애 충만한 오만한 글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요. 

물론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에세이의 경우, 내가 깨달은 바를 적극적으로 전하며 마무리 지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사적인 인생의 이야기가 주로 글감이 되는 에세이는 독자에게 말 걸기와 같아요. "있잖아. 나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어. 당시엔 몰랐는데 돌아보니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 이러이러한 걸 느꼈거든. 이상하지,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다른 내가 되었어." 이 정도의 감도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됩니다. 그럼 독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그랬었는데.' 등등 간접경험과 공감을 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생각해봐요. 독자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것. 그게 바로 글의 여운이지요. 

여운이 남는 글을 쓰려면, 퇴고과정에서 최대한 덜어내기를 해보세요. 독자가 내 이야기를 이해할까, 내 감정의 정도를 알아차릴까,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잘 전달받을까. 그래서 설명과 꾸밈이 길어지곤 해요. 특히 감정적으로 호소하려는 조바심이 커지죠. 과감하게 덜어내도 좋을 것들은 모두 덜어내고요. 힘주어 전하고 싶은 문장은 단 하나여도 충분합니다. 때로는 나조차도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내 감정과 생각이 뭔지 모를 때는, 솔직하게 '나도 모르겠다'라고 써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영화의 엔딩처럼, 어떤 장면을 보여주면서 글을 마쳐도 좋습니다. 제가 보여주듯이 글을 쓰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결미 방식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저마다 다른 여운을 느끼고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열린 결말처럼, 때로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툭 그 장면을 놓아두고 글을 마무리해보세요. 독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거예요. 글을 많이 쓰면서 내 글쓰기에 맞는 자기만의 엔딩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5

@muruybi 홀로 보낼 자유로운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너무 설레요...!) 상상 하나.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마감과 작업이랑은 관련없는 쓰고 싶은 글을 맘껏 써보고 싶어요. 상상 둘. 포르투갈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리스본이랑 포르투를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 여행은 엄마랑 가보고 싶어요. 상상 셋. 글쓰기랑은 하나도 관련 없는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상상 넷. '철학자의 길' 같은 길을 내내 산책하고 싶네요. 아무튼 뭘 하든 간에 일주일 동안 밥은 안 할 거예요. 밥도 한 끼도 안 먹어도 돼요 ㅋㅋㅋ 부엌 근처는 얼씬도 안하려고요! 독자님 덕분에 상상만으로도 잠시나마 행복해졌습니다. 같이 상상하며 행복해져요 :) 

글이 안 써지거나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답변들에 전해드린 바와 같고요. 추천 책은, 마침 예스24에 '올해의 책'을 추천했습니다. 저는 글쓰기책을 추천했어요.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입니다. [한 번쯤 삶이 부서져 본 사람에게, 진짜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부낭이 되어줄 사려 깊은 책]이라는 추천 이유와 함께요.

저 말고도 많은 좋은 작가님들의 추천 책을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주 좋은 책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추천 링크도 함께 첨부합니다.

https://www.yes24.com/campaign/00_Corp/2023/1113Mine.aspx

김윤정 ·
2023/11/24

많은 작업을 하고 계시는 고수리 작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수와 응원) 에세이에 소설에 어린이책에 작사작업에 글쓰기선생님에 아이들의 육아까지.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면 아프시거나 방전되실까 걱정이 되네요. 만약 작가님께 (일이나 육아에서 자유로운) 일주일이라는 온전한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실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시다가 방전되거나 번아웃이 오셨을 때 빠져나오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지요? 최근에 출간하신 <선명한 사랑>은 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면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궁금합니다. ^^

·
2023/11/24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싶지만 반응 없는 것도 두렵고. 악플?도....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작가님은 악플이나 안 좋은 리뷰를 볼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경험담을 듣고 싶습니다. 

alookso콘텐츠 인증된 계정 ·
2023/12/01

'질문받SO' 고수리 편 당첨자 안내 드립니다.

@joarim526 @뽜밹렄딬 
두 분께서는 아래 메일로 연락처 전달 부탁 드립니다.
jay@alookso.com 

감사합니다. 

j
·
2023/11/26

수리수리작가님! 공개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삶에서 느끼는 마음들을 꾸준히 쓰고 싶은데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독자가 원하는 글은 다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할지 내가 현시점에 고민하고 쓰고 싶은 마음들을 써야할지 고민이 계속됩니다!
내가 경험하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로 쓰고 싶은데 어떻게 연습을 하는게 좋을까요?

+ 꾸준한 연재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꾸준히 쓸 수 있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j
·
2023/11/26

쓰고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막상 쓰다보면 글을 길게 이어나가지 못하고, 늘 마무리가 안되서 미완성 상태로 서랍 속에 넣어둔 글들이 많아요 ㅜㅜ 미완성 된 글들을 다시 잡고 완성시키기 위해 쓰는게 좋을까요? 아님 새롭게 글을 다시 시작해서 글을 써보는게 좋을까요?

고수리 인증된 계정 ·
2023/11/26

@최서우 이미 서우님은 답을 알고 계신 거 같아요 :)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썼다고 하지만 진심이 안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다면, 서우님에겐 형식에 맞춰 쓰는 글쓰기가 맞지 않고 힘든 거라는 말일테니까요. 에세이의 경우,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특이한 형식을 가진 글입니다.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쓰라는 말은 아녜요. 형식이란 건, 한 편의 글이 하려는 이야기가 독자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틀 같은 거 아닐까 생각해요. 

모든 산문 장르와 스토리 텔링, 그러니까 이야기를 글로 전달하는 방식은 용어만 다르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두- 본문 - 결미 / 기승전결 등 모두 포물선의 형식을 띄고 있죠. 그리고 이 형식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읽어온 글들에서, 배워온 글쓰기에서 이미 우리는 글의 형식을 배워왔어요.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 철두철미하게 형식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쓰지 않아도 그동안 배워온 기본적인 형식을 지키며 쓸 테니까요.

에세이의 경우, 좀 더 느슨하고 자유로워도 좋습니다. 작가가 가진 본연의 말투와 글투, 이야기를 전달하는 습관 같은 것이 자유롭게 드러날 때 글이 '맛깔난다'고 얘기하곤 하죠. 그게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형식을 지키려고 애쓰지 마시고, 내 목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내 문체를 찾고 리듬감을 살리려고 노력해보세요. 에세이는 산문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분량의 글이기에 독자들이 단숨에 이야기에 몰입하고 읽어내려간 후에 무언갈 느낍니다. 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퇴고하실 때 내 글을 내가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읽으면서 호흡과 발음이 엉키는 부분, 표현이 경직된 부분, 감정이 과잉된 부분들을 찾아내 덜어내고 자연스럽게 고쳐보는 겁니다. 

이 또한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파격적으로 틀을 깨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또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말로 녹음해서 녹취를 풀어보는 거예요. 그럼 알게 되실 거예요.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이런 말투로 하고 싶었던 거구나. 녹취한 글을 토대로 글을 완성해보세요. 즐거운 경험이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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