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수록 근사하다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11/22

이것들 모두는 오늘날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ㅡ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中


 
파텍필립 362억

오래 전에 시계 하나 장만하려고 인터넷 쇼핑을 한 적이 있었다. 스무살 때 근사한 스와치 시계'를 가져본 기억이 나서 스와치 시계'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을 했다. 예상은 10만 원대'였으나 비쌀수록 시계'가 근사한 거라. 내 생활 수준을 고려해서 마음을 정한 시계는 30만 원짜리 시계였다. 아, 멋진 시계였다. 마지막으로 주소 정보 입력을 하고 결재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망설여졌다.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시계'를 선택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같은 가격 대비 비교 평가를 한 결과 모 제품의 시계가 더 근사했다. 그래서 그 시계 카달로그를 죽 훑다가 그만 마음에 쏙 드는 시계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설상가상 가격은 더 저렴한 것이 아닌가 !  120.000원'이었다. 


마우스를 잡은 오른손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려는 찰나 숫자를 잘못 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숫자 0'이 하나 더 붙어서 가격이 백이십만 원'인 시계였던 것이다.  내 형편에 백 만원이 넘는 시계를 산다는 것은 사치'였다. 가지고 싶다는 욕망과 가질 수 없는 형편에 대한 실망이 교차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마음을 비우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스와치 시계'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사이 스와치 시계는 도무지 못 볼 정도로 후진 시계가 되어 있었다. 백만 원이 넘는 시계를 보다가  30만 원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보니 마치 인형뽑기 기계 속 장난감 상품처럼 꾀죄죄하게 보였다. 일단 시계 구입 계획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시 시계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백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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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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