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 대한 가장 절절한 문학적 증언 - 임철우의 <직선과 독가스>(2)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5/18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인에게 체포된 시민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검열의 시대와 표현의 자유

이 소설에서는 핵심 사건이 5.18이지만 그 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독가스와 비 등 여러 상징적인 소재들은 1980년 5월이라는 큰 나무에서 뻗어 나온 주변 가지들이다. 여기서 핵심 나무 기둥을 소설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당시 사회문화적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소설이 집필된 1980년대에는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1980년 5월의 일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 철저하게 억압되었다. 

비상 계엄령 이후에 시작된 언론, 출판, 보도의 사전 검열은 5.18 이후 본격화되어 많은 기사나 만평이 검열 하에 삭제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1980년과 멀지 않은 시기에 쓰인 이 소설이 직접적으로 당시의 투쟁에 대해 표현하고 증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대신 그 핵심 사건에서 파생되어 벌어지는 일을 묘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시 5월의 핵심적인 일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게 한다.

『직선과 독가스』는 검열의 시대에 쓰였지만, 무엇보다 검열과 억압의 고통을 전면으로 내세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이자 주인공의 트라우마가 시작되는 지점은 ‘사면이 흰 방’이라는 공간에 가고 나서부터이다. 그 공간은 사면의 벽이 희고 나갈 수 없는 끼니때마다 밥만 들어오는 공간이다. 흔히 영화에서 나오는 당시의 고문 장면을 떠올렸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주인공에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홀로 남겨져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어떤 질문도 하지 않지만 주인공은 긴 시간 흰 방에 갇혀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모습보다, 특정 공간과 짤막한 대화만으로도 숨도 쉬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사회의 억압과 통제의 측면을 더 강렬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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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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