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 냥이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1/26

#8. - 나 홀로 드로잉
우리 집 아래층 아줌마는 고양이 집사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초저녁이면 길냥이들 한테 줄 밥과 물을 준비하고 나간다. 그 집엔 올해 14살 된 암놈 흰색고양이가 있다. 이름이 ‘또롱이’다. 내 폰엔 아래층 아줌마가 ‘또롱이네’로 입력돼있다. 며칠 전, 골목에서 또롱이네를 만났다. 그이 표정이 평소와 달리 어둡다. 

“어디 아파요?”
“그게 아니라, 며칠 전에 우리 아깽이가 탈출했어요.”
“에, 탈출요? 또롱이 말고 아깽이가 또 있었어요? “
"냥이들 밥 주다가 에미가 버린 턱시도 아깽이를 데려왔거든요. 중성화수술 시키려고 이동장에 넣고 가다 문이 열리는 바람에 뛰쳐나갔어요.”

얼마나 속이 탈까. 날씨도 추운데. 얘기를 듣다보니 또롱이네 마음이 꼭 애 잃어버린 엄마마음이다. 그나마...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