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하지 말아주세요. (기억 그리고 책임의 틈새)/1회 지선 수정
2022/11/19
강박하다: 남의 뜻을 무리하게 내리 누르거나 자기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하다./ 유의어: 위협하다, 협박하다, 강요하다 (표준국어대사전)
이 공간 안에서 유족들 동의 없는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가 잘못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러나 '명단 공개 자체는 필요한 일'이란 주장에 일부 힘이 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천관율 에디터님의 글에는 "유족들을 모아 행동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 했어야 할 정치였다는 시각도 담겼습니다. 그것이 야당에게도, 유족에게도, 나아가 우리에게도 좋은 정치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지금까지 야당과 참사가 만났을 때 그 결과물은 어땠을까요? 정말 정부/여당은 책임지게 됐을까요?
가장 큰 책임은 선거
정치인이 지는 책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사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입니다. 이 가운데 사법적 책임은 수사와 판결이, 정치적 책임은 여론과 선거가 묻습니다. 매 선거 때 마다 야당 구호에 "심판하자"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크기를 기준으로는, 비교적 작은 게 수사와 여론, 큰 것은 판결과 선거에 의한 책임입니다. 판결과 선거 중에는, '선거'가 실질적으로 가장 큰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전과자여도 성공적인 정치 이력을 쌓아가는 이들은 많습니다. 반대로 전과가 없어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정치인도 많습니다. 단순히 정치인에만 한정한다면, 실패한 정치인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민주화 이후 사망자 100명 이상을 낳은 참사와 그 뒤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단위 선거결과는 어땠을까요? 참사 책임으로 인한 정부/여당의 정치적 실패가 나타났을까요?
1990년대: 서해페리호 침몰,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1회 지방선거/15대 국회의원 선거
1990년대에는 대형 참사들이 잇따라 터졌습니다. 1993년 10월 10일 발생한 서해페리호 침몰, 1995년 4월 28일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1995년 6월 29일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가 대표적입니다.
세 사고...
개인이 온전히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을 존중하자는 주장은 공허함을 떠나 또다른 사회적인 압박입니다. 부당한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적어도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있다면)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책임있는 정치세력이 할 일입니다. 물론 동의없는 명단공개는 그러한 것과 거리가 있습니다만.
이해관계가 똑같을 수 없는 집단과 집단이 함께할 땐 갈등지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동일체가 아니니까요. 그 갈등지점을 최소화하며 움직이는 게 중요하고, 유족에 대한 존중은 당연히 필수적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잘 하면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겠지요.
유족과 피해자분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온전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도 유족과 피해자들을 위함이라고 이야기 할 순 없을 것입니다.
폭식시위,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네티즌과 심지어 언론과 정치인이 모욕에 앞장섰던 과거의 맥락을 지우고,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가족과 피해자가 나서길 원하지 않으니 가만히 있어라라고 외치는건 배려라는 이름의 기만일 뿐입니다.
그 두려움의 근원이 다분히 폭력적인 사회적 현상 때문이라면 그것을 지적하는 것 정도는 필요한 일입니다. "진정한 이익이 아니니 나서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서는 것과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온전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환기시키지 않고 "유족의 뜻을 따라야한다"고만 한다는 것은 유족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것을 가장하여 논의를 막는 것 뿐입니다.
말하고 싶어도 (부당한 압력으로) 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온전한 선택이 아니라 억압의 결과니까요. 반드시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그 이면의 것은 이야기하고 봐야하는 것입니다. 그 유가족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맞는 것 부터 따져보고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진 상태에서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야겠지요.
제 글에도 언급되어있지만, 유가족과 피해자께서 평화를 찾는 것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런 사고를 혹은 부당한 대우를 다시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중간 점을 잘 찾아야 합니다. 후자를 위해 전자들이 희생해라는 뜻도 아닙니다. 어떠한 맥락이 가려짐으로서 그 중간점을 찾는 논의가 방해받고 있기 때문에 언급한 것입니다.
그 동의한 지점은 제가 이 글을 보고 제시하게 된 주장에서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거기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과 그 방향은 망치님이 이야기하는 것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정부여당이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야당은 어떤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선택의 여부를 떠나 공당, 책임있는 정치세력으로서 반드시 해야할 일입니다.
유족의 이익이라고 이야기하시지만, 그렇죠 유족과 피해자가 최대한 온전히 평안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잘못이었고 그래서 책임을 지우고, 그 책임을 지우는 것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는 것, 그리하여 이러한 참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그건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주말에 서울 도심에 놀러갔는데 사람들에게 깔려죽을 걱정을 하며 살아갈 순 없는 것이니까요. 천관율 에디터님이 쓰셨던 글에서 '기억'이 언급된 것은 그러한 맥락일 것입니다.
정부여당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야당이라도 그러한 일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야당은 참사국면에 개입을 해왔다는 이야길 했던 겁니다. 다만 그 결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야당의 개입 여부 그 자체보단 훨씬 더 책임이 중한 집권세력의 행동 혹은 야당이 어떻게 그 이슈에 대해 접근했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던 것이고요.
이번 참사에 접근하는 민주당의 방식이 모두 다 옳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서투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것만큼 유족과 피해자들이 온전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만큼 좀 더 세심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접근했어야 했음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유족 및 피해자 여러분과 함께 움직여야하고요. 유족과 유리된 상황에서 나오는 대책과 발언은 유족과 피해자의 본래 마음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망치님의 일련의 글에서 빠진 맥락이 있어 하나 더 넣어볼까 합니다. 이번 참사에서 유족들이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천관율 에디터님 글에서도 살짝 언급되어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어떤 욕을 봤는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군 정보기관으로부터 사찰도 당했고, 유족에서 극우 네티즌들에게 온갖 조롱을 당했습니다. 폭식시위도 있었죠. 이번 참사 초기에도 보상 이런 이야기 나오니까 아주 쥐잡듯이 잡으려던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들이 한가득이었는데, 과연 쉽게 본인들이 드러낼 수 있을까요? 그런 두려움으로 한 선택이 과연 그들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성찰없이 그냥 유족들이 참여하지 않는데 왜 제1야당이 오버한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건지, 저는 의문입니다.
덧. 정부여당 지지율은 참사 이전부터 바닥이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바닥으로 꽂으려면 지지층 스스로가 납득이 되지 않는, 창피한 사건이 벌어져야 합니다. 이번 참사에서 보여주는 정부여당의 문제가 지지층들에게 어필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지만(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저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넘어가고 이미 바닥이나 다름없는 지지율이 더 꼬라박지 않는다고 이 사건에 대해 야당의 어떤 역할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너무 심하게 넘겨짚는 말씀 같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 불만이 있는 것과(심지어 그 조차도 제1야당이 움직이지 말아야할 정도로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원론적으로 움직이지 말하야한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95년이라고 야당이 참사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https://news.imbc.com/replay/1995/nwdesk/article/1952103_30705.html https://news.imbc.com/replay/1995/nwdesk/article/1952159_30705.html
당시 뉴스 입니다. 이 때도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자던지, 추궁한다던지, 장외집회도 하곤 했습니다. (야당에게 꽤 멘트가 박한데, 이때는 9시 뉴스데스크 큐시트가 청와대로 보고되던 시절임을 감안합시다.) 그리고 선거는 여당의 대패.
야당과 참사의 결합이 마냥 좋았던 것이 아니란 건 동의합니다. 다만 그건 야당이 어떻게 다루느냐, 정부여당이 어떻게 수습하려 드느냐 이런 요인이 좀 더 영향을 끼치지, 야당이 참사에 붙었다는 그 사실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야당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는건 아니지요. 결국 책임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핵심일겁니다. 야당보다는요. 언급하신 참사들에 대해 어떤 것을 '사고 공화국'이라던가 탄핵사태의 기본 에너지가 된다는 식으로 해서 어떻게든 지금까지 정권의 오명으로 남은 사건도 있지만, '그게 그 시절에 터진거였어?' 라고 기억되는 사건도 있으니까요.
망치님~~^^
망치님 글 좋아하는 1인 입니당
제가 거창하게 의견 남기고 이정도는 아니고
아침 저녁 추우니 옷 따습게 입고 다니시구요
감기 조심 하시구요^^
늘 고맙습니다..
몇 가지 사실 관계를 건너뛰신 것 같아 그 부분은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1994년 12월과 1995년 4월 참사 직후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집권여당 민자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에 밀려 3등을 기록했고,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려 4등을 했습니다. 특히 95년 4월 참사 당시, 선거를 앞두고 TK정서를 약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속보방송을 의도적으로 축소 진행했던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야권 분열과 여당 스스로의 인재영입 등 참사와 별개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언급하신 2004년 총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이란 이슈가 다른 것을 집어 삼켰지요. 역시 또 말씀드리자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대구시장을 맡고 있던 조해녕씨는 사고 수습 미흡을 비롯하여 각종 시 행정에 크게 질타를 받아 민선 전환 이후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현재까지) 재선에 실패한 대구시장이 되었습니다.
큰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건 따로 글을 써야할 것 같고 근거에 있어서 미진한 부분만 몇 마디 덧붙이고 갑니다.
항상 명료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인간은 합리적이 아닌 합리화시키는 존재라는 말이 현 제1야당이나 기생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더 느끼게 됩니다.
항상 잘 읽고 갑니다..
늘 고맙습니다
추운 계절 옷 따습게 입으셔요^^
다양한 주제로 작성해주셨네요. 저도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게요...유족이 주체이며 그들의 뜻이 우선시 되어야 겠죠.
그러게요...유족이 주체이며 그들의 뜻이 우선시 되어야 겠죠.
다양한 주제로 작성해주셨네요. 저도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명료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인간은 합리적이 아닌 합리화시키는 존재라는 말이 현 제1야당이나 기생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더 느끼게 됩니다.
항상 잘 읽고 갑니다..
늘 고맙습니다
추운 계절 옷 따습게 입으셔요^^
개인이 온전히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을 존중하자는 주장은 공허함을 떠나 또다른 사회적인 압박입니다. 부당한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적어도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부담스럽다는 사람이 있다면)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책임있는 정치세력이 할 일입니다. 물론 동의없는 명단공개는 그러한 것과 거리가 있습니다만.
이해관계가 똑같을 수 없는 집단과 집단이 함께할 땐 갈등지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동일체가 아니니까요. 그 갈등지점을 최소화하며 움직이는 게 중요하고, 유족에 대한 존중은 당연히 필수적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잘 하면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겠지요.
유족과 피해자분들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분들이 온전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를 통해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도 유족과 피해자들을 위함이라고 이야기 할 순 없을 것입니다.
폭식시위,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네티즌과 심지어 언론과 정치인이 모욕에 앞장섰던 과거의 맥락을 지우고,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가족과 피해자가 나서길 원하지 않으니 가만히 있어라라고 외치는건 배려라는 이름의 기만일 뿐입니다.
그 두려움의 근원이 다분히 폭력적인 사회적 현상 때문이라면 그것을 지적하는 것 정도는 필요한 일입니다. "진정한 이익이 아니니 나서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서는 것과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온전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환기시키지 않고 "유족의 뜻을 따라야한다"고만 한다는 것은 유족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것을 가장하여 논의를 막는 것 뿐입니다.
말하고 싶어도 (부당한 압력으로) 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온전한 선택이 아니라 억압의 결과니까요. 반드시 참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그 이면의 것은 이야기하고 봐야하는 것입니다. 그 유가족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맞는 것 부터 따져보고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진 상태에서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야겠지요.
제 글에도 언급되어있지만, 유가족과 피해자께서 평화를 찾는 것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런 사고를 혹은 부당한 대우를 다시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중간 점을 잘 찾아야 합니다. 후자를 위해 전자들이 희생해라는 뜻도 아닙니다. 어떠한 맥락이 가려짐으로서 그 중간점을 찾는 논의가 방해받고 있기 때문에 언급한 것입니다.
그 동의한 지점은 제가 이 글을 보고 제시하게 된 주장에서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거기서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과 그 방향은 망치님이 이야기하는 것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정부여당이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면, 야당은 어떤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선택의 여부를 떠나 공당, 책임있는 정치세력으로서 반드시 해야할 일입니다.
유족의 이익이라고 이야기하시지만, 그렇죠 유족과 피해자가 최대한 온전히 평안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잘못이었고 그래서 책임을 지우고, 그 책임을 지우는 것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는 것, 그리하여 이러한 참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그건 우리 모두를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주말에 서울 도심에 놀러갔는데 사람들에게 깔려죽을 걱정을 하며 살아갈 순 없는 것이니까요. 천관율 에디터님이 쓰셨던 글에서 '기억'이 언급된 것은 그러한 맥락일 것입니다.
정부여당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야당이라도 그러한 일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야당은 참사국면에 개입을 해왔다는 이야길 했던 겁니다. 다만 그 결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야당의 개입 여부 그 자체보단 훨씬 더 책임이 중한 집권세력의 행동 혹은 야당이 어떻게 그 이슈에 대해 접근했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던 것이고요.
이번 참사에 접근하는 민주당의 방식이 모두 다 옳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서투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것만큼 유족과 피해자들이 온전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만큼 좀 더 세심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접근했어야 했음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더욱 유족 및 피해자 여러분과 함께 움직여야하고요. 유족과 유리된 상황에서 나오는 대책과 발언은 유족과 피해자의 본래 마음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망치님의 일련의 글에서 빠진 맥락이 있어 하나 더 넣어볼까 합니다. 이번 참사에서 유족들이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천관율 에디터님 글에서도 살짝 언급되어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어떤 욕을 봤는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군 정보기관으로부터 사찰도 당했고, 유족에서 극우 네티즌들에게 온갖 조롱을 당했습니다. 폭식시위도 있었죠. 이번 참사 초기에도 보상 이런 이야기 나오니까 아주 쥐잡듯이 잡으려던 커뮤니티 사이트 유저들이 한가득이었는데, 과연 쉽게 본인들이 드러낼 수 있을까요? 그런 두려움으로 한 선택이 과연 그들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성찰없이 그냥 유족들이 참여하지 않는데 왜 제1야당이 오버한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건지, 저는 의문입니다.
덧. 정부여당 지지율은 참사 이전부터 바닥이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바닥으로 꽂으려면 지지층 스스로가 납득이 되지 않는, 창피한 사건이 벌어져야 합니다. 이번 참사에서 보여주는 정부여당의 문제가 지지층들에게 어필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지만(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저와는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넘어가고 이미 바닥이나 다름없는 지지율이 더 꼬라박지 않는다고 이 사건에 대해 야당의 어떤 역할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 너무 심하게 넘겨짚는 말씀 같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 불만이 있는 것과(심지어 그 조차도 제1야당이 움직이지 말아야할 정도로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원론적으로 움직이지 말하야한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95년이라고 야당이 참사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https://news.imbc.com/replay/1995/nwdesk/article/1952103_30705.html https://news.imbc.com/replay/1995/nwdesk/article/1952159_30705.html
당시 뉴스 입니다. 이 때도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자던지, 추궁한다던지, 장외집회도 하곤 했습니다. (야당에게 꽤 멘트가 박한데, 이때는 9시 뉴스데스크 큐시트가 청와대로 보고되던 시절임을 감안합시다.) 그리고 선거는 여당의 대패.
야당과 참사의 결합이 마냥 좋았던 것이 아니란 건 동의합니다. 다만 그건 야당이 어떻게 다루느냐, 정부여당이 어떻게 수습하려 드느냐 이런 요인이 좀 더 영향을 끼치지, 야당이 참사에 붙었다는 그 사실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야당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는건 아니지요. 결국 책임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핵심일겁니다. 야당보다는요. 언급하신 참사들에 대해 어떤 것을 '사고 공화국'이라던가 탄핵사태의 기본 에너지가 된다는 식으로 해서 어떻게든 지금까지 정권의 오명으로 남은 사건도 있지만, '그게 그 시절에 터진거였어?' 라고 기억되는 사건도 있으니까요.
망치님~~^^
망치님 글 좋아하는 1인 입니당
제가 거창하게 의견 남기고 이정도는 아니고
아침 저녁 추우니 옷 따습게 입고 다니시구요
감기 조심 하시구요^^
늘 고맙습니다..
몇 가지 사실 관계를 건너뛰신 것 같아 그 부분은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1994년 12월과 1995년 4월 참사 직후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집권여당 민자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에 밀려 3등을 기록했고, 텃밭이라 할 수 있는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려 4등을 했습니다. 특히 95년 4월 참사 당시, 선거를 앞두고 TK정서를 약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속보방송을 의도적으로 축소 진행했던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야권 분열과 여당 스스로의 인재영입 등 참사와 별개 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언급하신 2004년 총선도 마찬가지입니다. 탄핵이란 이슈가 다른 것을 집어 삼켰지요. 역시 또 말씀드리자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대구시장을 맡고 있던 조해녕씨는 사고 수습 미흡을 비롯하여 각종 시 행정에 크게 질타를 받아 민선 전환 이후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현재까지) 재선에 실패한 대구시장이 되었습니다.
큰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건 따로 글을 써야할 것 같고 근거에 있어서 미진한 부분만 몇 마디 덧붙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