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사랑하며 홀로 있게 하소서”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1/1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 나무에 단풍이 들고 하늘의 시푸른 색감이 가슴 언저리에 밀려온다 싶으면 ‘김현승’시인의 이 시가 내게 매달린다.
   

재작년 이맘때 남편이 성공회 종신부제서품을 받았다. 서품식은 대전교구 천안 부대동교회에서 있었다. 대전교구에서 제일 먼저 창설된 천안의 부대동 교회는 1907년 8월에 설립되었고 2007년 선교 100주년이 되었다. 
   

부대동교회의 수호성인은 성 요한세례자이다. 서품식이 있던 날은 성 레오나르도의 축일이기도 해서 종신부제서품의 의미를 더했다. ‘용맹한 사자’를 뜻하는 이름인 레오나르도는 6세기 프랑크 왕국의 장군으로 세례 후 하느님의 군사로서 여생을 하느님께 봉사하기로 결심하고, 사제서품을 받은 뒤에 많은 이들을 개종시켰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은수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내 많은 신자와 비신자들이 성인을 찾아왔다. 병자들과 수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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