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질문하면서 가는 길
2023/08/31
<소설보다 여름(2023)>을 읽고 있다. 여름이 다 지나가 버린것만 같은 8월의 마지막 날. 모처럼 해가 났고, 내가 앉아있는 빵집의 정원에서는 예초기 소리가 가득하다. 예초기를 돌릴 때 나는 풀 냄새는 보통의 그것과 다르다. 나는 왜 다를까를 생각하면서 풀의 죽음를 떠올렸다. 아닌가, 뿌리가 살아있으면 죽은 게 아닌가. 하지만 무언가 잘려나갔다는 것만으로 죽음과 가까울 수도 있는 게다.
책을 냈다거나 글을 쓴다고 하니 비슷한 질문을 몇번 듣게 되었다. “소설은 안쓰세요?”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들을 질문이 아닌 걸 들은 것처럼 큰일난 기분이 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쓸 생각이 없고, 쓸 능력도 안되는데 이 질문을 받아버린 바람에 졸지에 나는 ‘소설도 못쓰는 작가’가 되어버...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 합니다. 시골집과 마당을 가꿉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독립출판 에세이집 <오늘의 밥값>, <어쩌다 마당 일기>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