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1/19
#6. - 나 홀로 드로잉
   
해마다 이맘때면 골목길에 연탄재가 뿌려졌다. 겨울엔 으레 그러려니 했다. 누가 정해놓고 뿌리지 않았다. 동네사람 아무나 필요한 곳에 연탄재를 깨트리고 밟았다. 눈이 오거나 비가 내려 질퍽한 길에 연탄재를 디디는 것만으로 든든했다. 계절이 바뀌면 연탄재 있던 자리가 시나브로 사라졌다. 
   

동네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들마루에 모여 앉아 마늘을 까거나 콩나물을 다듬었다. 누군가는 시골에서 어린 쑥을 캐왔다며 신문지를 펼쳐놓고 그 위에 자루속의 쑥을 쏟았다. 둘러앉아 다듬다 보면 수북하게 올라온 쑥이 금세 바닥을 보인다. 손에 손을 보태고 살아가는 얘기로 시간이 훌쩍 지난다. 어느새 쑥을 다듬던 사람들 앞앞엔 한 움큼의 쑥들이 놓였다. 그러면 자루 쑥을 갖고 온 이가 말한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