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2]를 시작하며, 아무거나 쓰자. 아무렇게나 쓰진 말고.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5/15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뒷정리가 끝난 밤, 남편이 묻는다.

“맥주 한 캔 마실까?”

텔레비전를 없앤 지가 7년이 넘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쳐서라기보다는 틀어놓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어느새 흘러가 버린 시간이 아까워 후회하는 나를 너무나 잘 알아 결정한 것이었다. 티브이가 없더라도 아이들은 허용된 시간 안에 대형 모니터를 통해 보고 싶은 영상을 검색하고 유튜브나 OTT로 시청을 할 수 있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가끔 리모컨을 들고 여유롭게 채널을 둘러보는 자유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하지만 텔레비젼 대신 책을 보는 시간이나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 둘이 맥주를 마시며 다큐나 영화를 보는 시간들을 즐긴다.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다던데 그걸 보며 맥주를 마시자는 말이었다. 

“아니, 나 합평이 남아서 당신 혼자 봐!”

“뭐? 무슨 평? 합평???”

[얼에모]를 하는 동안 자주 연출되는 장면이었다. 자칭 난독증이라 일컫는, 카드 결제 사인하는 것 이외 뭔가 쓸 일이 없는 공대 오빠 눈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글을 쓴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포인트 받잖아?), 시간에 쫓기며 늦은 밤까지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도 했다. 가끔 삐쳐서 혼자 방에 들어가 잠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슬슬 적응이 되어 글을 쓰는 나의 맞은 편에 앉아 쓸쓸히 Chat GPT와 놀기도 했다. 

픽사베이
[얼에모 2] 모집 글이 올라왔다. 부담과 설렘으로 시작했던 [얼에모]가 끝이 났을 때 시원섭섭하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달 동안 과하게 몰입하고 에너지를 쏟았기에 다시 하라면 못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열된 글감들을 보니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더더욱 굳혀졌다. 얼굴? 비밀? 결핍이라니…

에세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 나의 삶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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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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