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시절, 삶을 놓치지 않기를.

김형찬
2023/07/26
"아, 어쩜 좋아. 말도 안 돼."
   
치료를 받던 환자가 전화 통화를 하더니 정신없이 베드에서 일어난다. 잠깐 사이 얼굴에 창백하고 눈빛이 달라진 것을 보면서, '설마?' 하는 생각이 스친다.
   
"요양보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같다고 해요. 치료비는 다음에요 선생님."
   
황망한 모습으로 한의원 문을 나서는 환자를 보면서 열흘 정도 전에 봤던 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주사를 맞고 오는 길이라 하셔서, 그 상태에서 치료를 더하면 더 아플수도 있으니, 잘 쉬고 다음날 오시라고 했던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전에 치료를 받으러 왔을 때와 달리, 아무 말도 없이 눈을 마주치지 않던 할머니의 모습이 하루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삶이 참 찰나구나...'

그 할머니를 처음 뵌 것은 올 초였다. 요양보호사와 따님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오셨는데, 이 동네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다. 너무 마르고 몸이 쇠약해져서 치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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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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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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