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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5

시를 읽고 쓴다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나처럼 욕심많고 못된 인간에게 시가 가당키나 할까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시를 읽는 태도는 다른 책이나 글을 읽는 것과는 또 약간 다른 결로 느껴집니다. 시가 점점 사라지고 일상에서 멀어져 간다는 건 세상이 그만큼 달라지고 빠르게 나빠진다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마음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어느 순간 좋은 시를 만나게 되면, 하염없이 무너지거나, 고양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에게 시란 여전히 무엇이어야 할지 김민정 시인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시를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박동주 ·
2024/01/23

읽는 취미가 있는 취준생입니다.책을 읽는 게 좋아요. 그런데 그러고 있으면 쉽게 조급해집니다. 먹고 살 걱정만 아니라면 더 많이 읽을 텐데 항상 아쉽습니다.

예스24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넌 그렇게 생각해. 나는 내가 만든 게 좋아”라고 외치는 시인"이시더군요. 주변의 방해를 멋지게 제압하는 분 같아 여쭙습니다.

시인님께선 좋아하는데 '먹고사니즘'이 방해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먹고사니즘'을 제압하는 비결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박혜지 ·
2024/01/23

민정 시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항상 시를 짝사랑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시와는 친해지고 싶은데 노력은 하지 않는 게으른 저에 대한 비겁한 변명같은 거였던것 같아요. 저는 시가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요 시의 리듬을 좀 더 잘 따라가기 위해, 시를 조금 더 잘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단순히 시를 많이 읽는 것으로도 시와 조금 더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 달아주신 댓글에 '나'를 놓는 법을 배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고명재 시인님과 김선오 시인님을 통해 들은 이수명 시인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확실히 나를 지우는 게 쓰기든 읽기든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언제나 타인의 눈 속에 비친 저만을 응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아가 너무 강한 사람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저를 조금이나마 지우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김윤정 ·
2024/01/22

김민정 시인님, 반갑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언제 쉬시나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두루 챙기시느라 본인은 잘 못 챙기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최근에 신간 출간 축하드립니다. 일할 때의 루틴과 쉴 때의 루틴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민정 시인님께 ‘시란 무엇일까요?’ 질문드려요.

김민정 인증된 계정 ·
2024/01/22

3. 판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저는 일단 제가 갖고 싶고 제가 읽고 싶어하는 이야기여야 꿰고 만듦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아요.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나 한편 둔감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물론 합니다. 기본적으로 한 권의 책으로 말이 되는가, 억지는 아닌가, 그 포인트에 깃대를 꽂고 기획을 한 뒤 필자를 떠올리지요. 물론 필자를 앞에 두고 그에 맞는 기획을 뒤에 두기도 하고요. 특히나 '장르'를 넘나드는, 그 장르란 걸 굳이 국한하지 않는 유연한 '쓰기'의 확장된 '읽기' 책을 지속적으로 실험해보려는 마음의 가짐은 있습니다. 책이란 네모, 언제나 나는 그 틀을 깨는 데서 매번 원을 생각합니다. 바퀴도 없이 우리를 싣고 거기가 어디든 굴러 나아가게 하는 일로 바쁜 책, 그러나 돌아보면 언제나 침묵 속 입이 없는 책. 그리하여 언제나 첫 페이지 첫 줄 첫 단어가 어떻게 쓰여지는 책이려나 상상합니다. 그 가늠이 온전하게 확인될 때 이미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 마지막 단어가 다 쓰였다 믿습니다. 기준이라면 그 처음과 끝에 있겠지요.

김민정 인증된 계정 ·
2024/01/22

2. 문학적 감수성은 숱한 '호기심'에서 그 겹이 두터워진다고 믿어요. 시만 읽어 가능한 분도 계시겠지만, 제 경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다'한 관심사가 문학적 토양분이 되어준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화가의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 데서 내가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 데서 내 취향을 안다 할 적에 저는 색색의 물감에서 나의 컬러를 찾고 좋아하는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나의 호흡을 찾고 갖가지 요리에서 나의 입맛을 찾으면서 그렇게 일단 나에게서 '나'를 우선에 놓는 법을 배우고 나에게서 '나'를 주제로 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내가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내가 나를 가장 잘 모른다 할 적에 글쓰기에 있어서의 '거리'를 배우고 나면 세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그런 다면 속에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겹은 보다 풍성한 레이스를 자랑하게 되겠지요?

김민정 인증된 계정 ·
2024/01/22

1. 문학도 출판도 정답이 없기에 오늘도 계속된다고 봐요.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 없듯 하늘 아래 같은 글도 없다는 기대 속에 우리는 늘 새로운 페이지를 고대하죠. 그런 연유로 습작을 할 때 나만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획을 도모하고 문체 역시 제 스타일을 고유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스토리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은 읽기에 새로움을 환기시키지 않죠. 이에 제목 역시 중요합니다. 본문 소제목도 마찬가지고요. 낯설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이 신뢰에는 교정이나 교열을 잘 거쳤을 적에 더한 확신을 얹게 되지요.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반드시 거치셨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큽니다. 출판사는 내가 쓴 작품의 경향을 선호할 수 있는 곳을 아는 데서 선하여 보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민정 인증된 계정 ·
2024/01/25

@칭징저 너무 따뜻한 말씀에 일단 위로를 크게 받았다 고백하여요. 진심처럼 정직한 마음이 없다 점점 여기는 저랍니다. 지나간 것이 쉽게 잊히는 작금의 시절에 말이지요. 그 옛날 고슴도치를 읽었다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저는 감 격인데 팬이라 해주시니 그 시집이 처음 나왔던 그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버려져도 어쩔 수 없다는 용기가 가득했던 때라지요. 물론 외롭기도 했고요. 계속 이렇게 쓰며 나아가도 되는가.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금의 저는 그때의 제 마음으로 어딘가 종이의 가장자리, 그 모서리에 있을 수도 있을 시인들을 찾고 그들의 지붕이 되어보자 결심한 바 조금은 있는 듯해요. 활자라는 스프링을 달고 사방팔방 눈치보는 일 없이 펄쩍펄쩍 뛰는 천진하고 무구한 시인들의 뒤꽁무니를 좇자 하는 일이 정말 즐겁더라고요. 돈을 우선에 두는 사람이 못 되어 회사의 살림을 사는 일은 너무 어렵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 좋은 것을 우선에 두어요. 그 좋은 것을 더 좋아해줄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제 곁에서 지지해줄 거란 착각을 믿음 삼아서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저 무지 행복한 사람 같네요.

alookso콘텐츠 인증된 계정 ·
2024/01/25

<본인등판 1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김민정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박혜지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첨자 선정은 오늘과 내일도 계속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김민정 인증된 계정 ·
2024/01/24

@박혜지 네네 시에 대한 많은 고민 속에 직접 쓰기도 많이 하시는 듯해요. 그런 뉘앙스의 질문 같기도 했네요. 다양한 시집을 읽는 일로 시의 다채로움을 목격하는 주체로 서 있는 일을 기본으로 하고 계시는 듯하니 저는 쓰는 면에 있어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일단 시가 안 되었을 적에 시로 갈피를 못 잡았을 적에 제 문장 쓰기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 문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내가 쓰고 내가 한참 쳐다보는 거지요. 물론 어떤 주제를 고민하고 있는 와중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담아내는 그릇도 제각각 달라져야 함이 맞으니까요. 지금 내 관심사가 조사에 있는지, 부사에 있는지, 형용사에 있는지, 문장부호에 있는지, 저는 돋보기를 더더욱 저에게 가까이 대지요. 나를 알아야 나를 쓸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나를 훑음으로부터 탈탈 두 손을 털게 되면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지요. 거리감을 확 두지요. 내가 나를 모르면 불안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 내가 나를 알면 안도하며 훌쩍 떨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적에 내가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지요. 자아가 강하셔야 해요. 강하지 못한 자아로는 비스킷도 깨물 수가 없어요. 깨물어야 맛을 알고 깨물어야 허기가 채워지고 깨물어야 이가 운동하고 깨물어야 침이 고이지요. 오늘 내가 붙들고 있는 오늘의 내가 누구인가, 나를 더 똑똑 두드려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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