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란 스승.

얼룩커
2021/11/30

그땐 끝 없는 부모님의 푸념과 가난에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나 지쳐있었던 나는 이 염증들로부터 당장이라도 도망치고싶은 강한 욕구에 시달렸다.

서른, 결혼을 핑계삼아 지긋지긋한 염증들로부터 도피에 성공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었던가? 결혼 후 출가외인임에 매일 푸념을 하며 기대던 부모님도 한동안은 푸념을 멈추셨다. 자연히 나도 우울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태어나 처음인 것 같은 평화를 느꼈다.

우리 부부는 결혼과 동시에 이세를 계획하여 두 달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 기간동안 태어나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나에게 걱정을 얘기하지않고, 늘 쫓기던 가난에서도 벗어나 예쁜 아가만을 기다리면 되었다. 

태교로 책도읽고, 뜨게인형도 만들고, 유화 색칠도하고, 회계 자격증도 땄다. 결혼을 하고부터는 모든일이 계획대로 술술 풀리고 좋은일만 생기는 것 같았다.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가난과 우울이 언제 있었나 싶을정도로 이대로 내 삶은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진통이왔다. 새벽부터 시작된 진통에도 3센치이상 자궁문이 열리지 않않았다. 15시간 쯤 진통을 하다가 뱃속 아이의 파닥거림을 느꼈다. 아이가 숨 쉬기 힘들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순간 아이의 심박동수가 불안정해 졌다. 삐빅 삐빅 불안정안 기계소리에 다급해진 신랑이 간호사를 불렀고 아이가 숨 쉬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불안해진 나는 당장 수술을 해 달라고 애원했다.

갑작스레 반신마취로 응급수술을 진행했다. 반신마취로 정신은 깨어있던 나에게 생생히 들리는 수술 소리와  너무나도 생경했던 그 상황이 마냥 두려웠다. 다행히 아이는 안전하게 나왔다. 

아이가 안전함에 안도 하던순간 갑자기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혈압이 내려가 심박동수가 불안정해졌다. "저 숨 못쉬겠어요. 죽겠어요!" 곧 죽을 것 같았다. 이렇게 내가 죽겠구나 싶던 순간 안정제를 투여받고 잠이 스르륵 들었다. 

깨어보니 입원실이였고 다행히도 나는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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