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다리로 가야 친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3/02/16

내가 꼬꼬마였을 때 
여섯 살 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 집에 친척들이 오는 날이면 엄마 아빠는 친지들과 대동단결하여 나를 놀려먹는 걸 낙으로 삼으셨다. 

특히 장난기 많은 이모는
"쟈는 누구 닮아서 언니를 저래 하나도 안 닮았노~
 쟈 언니랑 동생은 엄마, 아빠 판박인데 쟈는 한 개도 안 닮았다~"

"아~ 쟈는 다리 밑에서 줏어왔다 아이가~"

"아~ 맞나~ 어쩐지 닮은 데가 와그리 없노~~ 했다~"

울고 싶었다.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니. 
부산 사람들은 모이면 허구한 날 언성 높여 싸우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자기네들은 싸우는 게 아니라 그저 대화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유독 나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다들 조용~~ 하고 진지~~ 한 분위기를 한껏 조장한 후 근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기억한다. 그들의 대사를. 조사 하나 빠지지 않고 정확히. 

젠장. 
그 어린 나이에 충격과 상처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돌연변이처럼 엄마, 아빠를 닮지 않은 모습에 출생의 비밀이 혹시 있는 건 아닐까 잠깐 고민도 했었는데 나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를 저렇게 대놓고 한다고? 나의 의심이 사실로 굳어지려 하는 순간이다.


우리 집은 그 당시 하천을 끼고 옆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주변에 잠깐 산책 다니며 거니는 다리만 해도 벌써 3개가 넘었다. 우리나라의 한강은 또 얼마나 유명한가. 보자 보자. 자이언티가 그렇~~ 게 아프지 말자고 사정하고, 엄마~ 엄마~ 외치는 "양화대교"에,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이상하다 그치? 하고 대화하듯 노래하는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에 나오는 잠수교에, 강물은 흘러갑니다~ 아~아~ 혜은이의 "제3 한강교"(지금은 한남대교로 바뀜)까지 다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다리에 관한 노래도 다양하냔 말이다. 한강 위에 놓인 다리가 줄잡아 3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에 한강만 강이더냐. 강도 많고 산도 많은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아니던가... 낙동강, 섬진강, 금강, 영산강, 만경강 등등 이 많은 강에 놓인 다리를 다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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