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아카데미 작품상 : 바보들의 행진
그해 초 또다시 유신헌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5월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되었다.
방위세가 신설되었고, 민방위가 창설되었다. 사회는 냉전 상태가 되었다.
하길종은 자포자기가 된 것 같았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매일 술을 마셨고,
술집에서 난동을 부렸고, 만나는 사람마다 “피고는 할 말이 있는가!”라고 시비를 걸었다
(바보들의 행진〉은 야심적인 영화가 아니라 자기비하의 영화이며,
스스로를 학대하는 영화이며, 그러면서 부끄러움에 사로잡힌 영화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식인들을 조롱하는 영화이며,
가련한 젊음을 위로하는 영화다.
정성일,- 〈바보들의 행진〉 제작 당시를 회고하며-
서슬퍼런 10월 유신 체제에 대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영화.
실제로, 이 영화는 유신 독재정권으로부터 영화 검열을 크게 받는 바람에
무려 30분이 넘어가는 분량이 잘려 나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촬영 후 완성본에서 잘려나간 건 15분 정도인데,
촬영 전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검열 및 삭제 당했기에
감독이 의도한 온전한 버전은 애초에 만들어지지도 못했다.
주인공을 맡았던 윤문섭은 이 영화만 찍고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연포해수욕장에서 기타 치고 놀다고 픽업되어 캐스팅됐다고 하며,
다른 엑스트라들도 친구에 친구까지 동원해 대학생들이 직접 연기했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재학 중이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