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글쓴이. 심지)

예수님의어쩌구모임 · 교회 안과 밖의 우리들 이야기
2023/04/23
 내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교회에서 하라는 대로, 강단에서 나오는 얘기는 특강이든 설교든 모두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굳게 믿고 살았다. 여성혐오/동성애혐오/이슬람혐오 3종 세트를 들으면서 어떤 개인의 판단도, 감정도 배제하며 진리로 여기고 복종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믿음은 건강하지 않았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나의 믿음은 더욱 풍요롭고 생명력 넘치게 되었다. 그당시 나는 성경의 가려진 여성 인물들의 신앙의 궤적을 따라가보고, 그때 일하신 하나님의 흔적을 더듬어 보고 상상해볼 때 잠시 잊었던 시상이 떠올랐고 끄적끄적 글로 남겨보며 하나님께 글로 고백하곤 했다. 남성 묵상자의 해석에 의존하여 듣던 설교에서는 마주할 수 없던 나만의 거룩한 상상력이 발휘되었고, 여기서 MBTI 이야기를 하기는 웃기지만, N(직관)의 지향성이 높은 내 특징을 마음껏 사용하며 성경과 친해졌다. 지금의 예수님은 정말로,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확신하며 그분의 정의가 이 땅에 성취되는 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살아내보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을 더 공부해보리라 선택한 것도 내겐 신앙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사실 무엇보다 힘든 건 이런 고민을 같이 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친하고 가깝게 지내던 교회 친구들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었고, 내가 대화하고 싶은 내용들을 편견 없이 들어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나에게 당연하게 혼전순결을 이야기하고, 동성애가 죄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에게 나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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