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Numbers (1) - 하나님이 낮잠을 자다가 방귀를 뀌면은?

안치용 인증된 계정 · 작가, 영화평론가, ESG 담당 교수
2023/04/22
[안치용의 Numbers]를 시작하며

하나님은 왜 하나일까. 포유류의 번식은 왜 둘이서 하고, 인간 유전정보를 구성하는 염기는 ATGC의 4개일까. 원래 그렇다는 것 말고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답이 없다. 실존주의는 그래서 인간을 상황에 던져진 존재로 파악한다. 무책임하지만 그 이상 설명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숫자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가 그러하다. 불가해한 세계, 거기서 부유하는 인간사를 수와 소위 인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자유롭게 또 무분별하게 성찰하는 사유놀이를 떠나보자. ‘Numbers’는 ‘숫자들’이란 뜻이면서 동시에 구약성서의 ‘민수기’를 뜻한다. 민수기의 원래 히브리어 제목은 ‘광야에서’이다. 광야에서 숫자세기. 무엇이 되든 ‘안치용의 Numbers’는 일단 1부터 시작한다.
픽사베이

한처음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무엇이 있었을까. 창조? 창세기 1장 1절을 자구대로 해석하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기에 앞서 그곳에 (또는 그때) 하나님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태초에 하나님이 있었다고 정정해야 할까.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함과 함께 태초가 있었다고 동시성을 무한대로 확대한다고 해도 인간의 인지(認知)로는 하나님이 선재(先在)한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비슷한 의문을 품고 창조 이전에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물었다. 창조 이전엔 시간이 없었으므로 하드리아누스의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어느 랍비가 대답했다고 한다.

약 380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우리 우주가 생겼다는 천체물리학의 설명이 지금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며 우주에 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했지만 여전히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있다. 빅뱅 이전은? “빅뱅 순간에 시간 개념이 생겼으므로 처음부터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유력한 대답의 하나다. 하드리아누스의 질문에 대한 종교적 답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서방 기독교의 창시자인 아우구스티누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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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소장으로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청년협동조합지속가능바람 이사장으로 활동한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ㆍ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이고,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다. 약 40권의 저역서가 있다.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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